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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금녀 맨발교육연구소장 "모든 학교에 '맨발걷기 교육' 뿌리내리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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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관천초 교장 시절 전국 최초로 '학생 맨발걷기 교육' 진행
국가 차원서 학교교육에 맨발걷기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6일 매일신문사를 방문한 이금녀 맨발교육연구소 소장이 맨발걷기가 아동의 신체·정서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일 매일신문사를 방문한 이금녀 맨발교육연구소 소장이 맨발걷기가 아동의 신체·정서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금녀 소장이 올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출간한
이금녀 소장이 올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출간한 '맨발 어울림 교과서'.

'맨발걷기'로 병을 치료한 사례들이 하나둘씩 알려지며 성인들 사이에서 맨발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자체들도 맨발걷기 활성화 조례를 통과시키며 맨발걷기길을 곳곳에 조성하고 있다. 맨발걷기의 효능은 발바닥을 자극하는 '지압 효과', 맨발로 땅을 접촉하는 '접지(接地·Earthing) 효과' 등을 통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몸에 쌓인 불필요한 활성산소를 배출해 신체적 건강을 개선시킨다는 점이다. 또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 향상 등 정서적 효과도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맨발걷기 활동을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금녀 맨발교육연구소 소장 이야기다. 이 소장은 학생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고 행복한 학교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맨발걷기를 제안했다.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곁에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7년 교직에 들어선 이후 대구시교육청 장학사·장학관, 대구 관천초·동일초 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퇴임 이후 맨발교육연구소를 설립했고, 올해 맨발걷기 교육 지침서 격인 '맨발 어울림 교과서'를 동료 교사들과 함께 출간했다.

-맨발걷기 교육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5년 시교육청 학교문화 담당 장학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건강이 갑자기 나빠진 적이 있다. 그 무렵 우연히 맨발걷기에 대해 알게 되어 매일 퇴근 후 1시간씩 맨발로 흙길을 걷는 시간을 가졌다. 맨발걷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고, 몇 개월간 꾸준히 하다 보니 건강도 조금씩 회복됐다. 당시 부서에서 삶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여럿 보았고 학생들도 나처럼 맨발걷기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6년 관천초 교장으로 부임하며 직접 시도해 볼 기회가 생겼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설득해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3년간 집중적으로 맨발걷기 활동을 운영하게 됐다.

-관천초는 '맨발 걷기 1호 학교'다. 새로운 시도였는데 현장의 반대는 없었나.

▶학교 공동체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맨발 걷기교육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워크숍을 열어 교사들에게 맨발걷기 교육에 대해 소개하고 전 교사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학생, 학부모들에게도 차례로 맨발걷기의 효능, 맨발걷기 교육의 목적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다. 일부 희망자를 대상으로만 진행하면 점차 흐지부지되고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전 구성원의 동의를 얻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데 중점을 뒀다.

-관천초와 동일초에서 총 7년간 맨발학교를 운영했다.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

▶가급적이면 학생들이 일상에서 맨발로 흙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면서 수업 전까지 맨발걷기를 하도록 하고, 2교시 후 '중간 체육시간'을 30분 확보해 학교 전 구성원이 운동장에서 맨발로 걷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연간 23시간 동안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맨발 걷기 또는 맨발 놀이를 하는 '맨발 수업시간'을 운영했다. 특별한 행사를 추가로 하게 되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학교 행사에 맨발걷기를 최대한 접목하려고 했다. 또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스스로 목표한 만큼 맨발걷기를 완료하면 간식을 주거나 상장을 수여하는 보상 체계를 활용하기도 했다.

-맨발걷기 활동이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학생들이 맨발걷기를 시작한 이후 감기에 훨씬 덜 걸리고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 통계적으로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질병으로 결석한 학생 수가 현저히 감소했고 독감 감염률도 낮았다. 중요한 점은 학생들의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는 거다. 우울·불안 증세를 보이는 학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학생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맨발걷기를 꾸준히 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또 맨발걷기 활동 전후(3·12월)로 전교생 뇌파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인지 강도, 인지 속도, 집중력 등 두뇌 활용 능력 향상과 스트레스 강도 감소가 수치로 확인됐다.

대구 관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대구 관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맨발걷기를 통해 변화된 학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지.

▶ADHD를 심하게 앓는 5학년 남학생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을 막 돌아다녀 같은 반 교사와 친구들이 힘들어했다. 담임교사 또는 내가 시간 날 때마다 운동장에 나와 그 친구와 함께 맨발로 걷거나 뛰어노는 시간을 보냈다. 그해 11월쯤 담임교사가 나를 찾아와 해당 학생이 정말 많이 좋아졌고 힘들 땐 예전처럼 돌발 행동을 하는 대신 '마음이 좀 힘들어요'라고 말로 표현을 한다고 하더라. ADHD 치료제 용량도 줄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친구들을 힘들게 하던 그 학생이 6학년 2학기엔 전교 학생회 임원이 되어 학교 일을 도맡아 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곤 했다. 맨발걷기에 아이들을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 계기였다.

-올해 맨발걷기 교육 활동을 담은 책을 출판했다. 책까지 집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학급에서 맨발걷기를 지도하는 담임교사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워크북 형식의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다. 책은 '자랑스러운 나', '소중한 너', '함께하는 우리' 등 3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총 30차시(30시간)의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각 시간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맨발걷기와 접목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맨발 걷기를 하며 '친구의 장점'을 찾거나 '오늘의 감사한 일'을 떠올려보는 식이다. 학생들이 맨발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자신과 친구, 학급공동체의 소중함까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관천초, 동일초에서 함께 근무하며 맨발걷기의 교육적 효과를 체감한 교사 4명과 뇌교육학과 교수, 명상 전문가와 함께 집필했다. 모두 각자의 업무가 있다 보니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지만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교재라는 사명감 하나로 마음을 모았다.

-맨발걷기 교육과 관련해 국회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9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노력 끝에 국회에서 '맨발걷기국민운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법안 발의에 앞서 7월 국회에서 정책 포럼을 진행했는데 내가 '학생 맨발걷기 교육'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맡게 됐다. 학교 교장 시절 맨발걷기 활동을 진행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왜 학교 교육에 맨발걷기가 도입돼야 하는지, 맨발걷기의 교육적 효과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많은 참석자들이 맨발걷기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 즉석에서 법안에 교육 관련 조항을 삽입하기로 의결했다.

대구 동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대구 동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맨발걷기 교육이 법안을 통해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지금도 일선 학교 재량으로 맨발걷기 교육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가 크지 않으면 확산되기 쉽지 않다. 지난해 기준 전국 500개의 학교에서 아침 맨발걷기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참여 학교 수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기엔 현장의 여러 어려움이 있다. 주변의 학교들이 맨발걷기 활동을 시작했다가 끝까지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들을 많이 봐왔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제는 맨발걷기의 효능이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만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맨발걷기 교육을 반영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맨발교육연구소 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학교 현장에서 7년간 맨발걷기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체감했기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맨발걷기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학교 교육에 맨발걷기가 도입될 수 있도록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또 일선 학교에 맨발걷기 교육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고 싶다. 지금도 학교의 요구가 있으면 맨발걷기 교육 연수, 학교 맨발걷기 환경 조성 컨설팅 등을 해주고 있다. 학교에서 맨발 걷기를 도입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7년간의 교직 생활 동안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해봤지만 맨발걷기만큼 '가슴 뛰는 교육'은 많지 않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맨발걷기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맨발걷기를 학교 교육과정에 도입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맨발걷기를 생활화한다면,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더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불행한 학생들이 되지 않을 거라고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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