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악(巨惡)은 편히 잠들 수 없다.'
일본 검찰 도쿄지검 특별수사부의 '모토'다. 거악은 누구인가. 유력 정치 지도자와 대기업, 야쿠자 등 조직폭력단 등이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록히드 뇌물 사건으로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가 구속됐고, 리쿠르트 사건은 다케시타(竹下) 내각이 붕괴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어 2010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정치자금 사건, 2018년 닛산 카를로스 곤 사건, 아베(安倍) 전 총리가 연루된 모리모토(森友)·가케(加計) 학원 스캔들까지 도쿄지검 특수부는 거침없이 수사했다.
"검찰은 늘 배고프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를 감시하는 날카로운 눈을 잃어서는 안 된다.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회의 움직임, 경제 흐름을 응시할 때 검찰이 맞서야 할 거악의 희미한 윤곽이 떠오를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평생 거악과 싸운 이토 시게키(伊藤榮樹) 전 일본 검찰총장이 록히드 재판 중 남긴 말이다. 구속된 다나카 전 총리는 1, 2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았고 대법원 재판 중 세상을 떠났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한 '거악'들은 발 뻗고 편안하게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검찰도 도쿄지검 특수부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1년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거악 척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치된 견해다. 검찰을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기로 한 방침만 정해졌을 뿐 정치권력 등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할지 알 수 없다.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후 '검란(檢亂)'이 벌어지고 있지만 버스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이다. '검란'은 검찰청폐지법 통과 때 벌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안타깝지만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 수장이라고 믿기지 않는 비겁하고 용렬(庸劣)한 모습이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 항소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검찰청 폐지에도 항거하지 못한 주제에 항소 포기를 종용하는 법무부 등 윗선(?)에 대들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이제 한국에선 도쿄지검 특수부같이 거악을 수사할 수 있는 검사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그저 정치권력의 눈에 들어, 거악을 옹호하는 정치검사 '나부랑이'가 되거나 하수인으로 들어가 국회에 진출하고 장·차관 등 공직을 노리는 아부꾼만 난무하게 될 것이다. 국회와 정부 요직에 포진한 검사 출신과 대통령 변호인 출신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김만배·유동규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재판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이 아니다. 그럼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대장동 일당이 '껌값'을 투자하고 얻은 7천800억원의 천문학적 불법 수익에 대한 추징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를 정치권력과 대기업, 조폭 등 '거악들의 전성시대'가 도래(到來)했다는 신호로 읽어도 될 것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추징하기 지난(至難)하게 된 대장동 일당의 수익금이 대장동 일당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촉발한다는 점이다. 검찰의 항소 포기는 오히려 대장동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긴 거악의 불면(不眠)을 초래하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많은 국민은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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