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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신라 금관, 경주 귀향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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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 만에 신라금관 6점 모두 경주에 모여 특별전…경주 귀향 운동 확산
금관 본향 경주에서 영구 보존·전시해야 vs 대한민국 대표 유산으로 분산· 전시해야

김진만 동부지역취재본부장
김진만 동부지역취재본부장

국립경주박물관이 2025 APEC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일반 공개한 신라 금관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오픈 런'이 벌어지는 등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고, 관람 인원도 제한했다. 경주박물관은 더 많은 관람객이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12월 14일까지였던 전시 기간을 내년 2월 22일까지 추가 연장하고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 특별전이 왜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굴된 신라 금관은 총 여섯 점이다. 특별전은 1921년 금관총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104년 만에 처음으로 금관 6점 모두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자리다. 그만큼 '역사적'이고 '희소'하다.

신라 금관 중 금령총과 황남대총에서 나온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금관총·천마총·교동 고분의 금관은 국립경주박물관, 서봉총 금관은 2023년 5월부터 금속공예 특성화 박물관인 국립청주박물관에 각각 분산돼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 특별전이 끝나면 3점의 금관은 다시 국립 중앙박물과과 청주박물관으로 돌아가기 에 이번 기회가 신라 금관 6점을 모두 관람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심리가 작용해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 받고 매우 흡족해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야기 거리'가 된 것도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경주 시민 사이에서는 104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신라 금관 6점 모두 출토된 본향(本鄕)인 경주에서 있어야 한다는 청원에 이어 동참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경주문화원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가칭 '신라 금관 경주 존치 범국민운동본부'가 이달 말 출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신라 금관, 경주 귀향 운동'의 밑바탕에는 '발굴지-전시장 일체 원칙'이 깔려 있다. 이는 유물이 있었던 현장에서 보존·전시돼야 온전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의미다. 신라금관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신라의 왕권,장례,예술,국제교류를 상징하는 종합 문화유산이다. 금관이 출토된 경주에서 영구 보존·전시하는 것이 문화유산의 역사적 맥락을 온전히 복원하고, 지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회복하며, 중앙집중적인 문화 행정을 극복하는 문화 분권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신라 금관은 특정 지역(경주)만의 유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일부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분산 ·전시할 때 국내외 많은 관람객이 향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1천500여년을 견뎌온 섬세한 금속 유물로 보존과 안전 관리의 현실적 필요와 신라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꼭 한 곳에 있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이 논의가 경주냐 서울이냐의 이분법으로 흐를 때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번 경주시민 운동을 계기로 신라 금관 특별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성설 전시장 마련이나 3~5년 주기 정례적인 특별전 개최 등 합리적인 대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담론의 장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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