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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들사과농원 이효림 대표,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교육 통해 '디지털 농업 CEO'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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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6년 만에 1만8천㎡ 농장 일군 '엄마 CEO', 디지털 농업의 대표 주자

경북 영주시 단산면에 있는 소백들사과농장에서 이효미 대표가 재배한 미니사과를 보이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영주시 단산면에 있는 소백들사과농장에서 이효미 대표가 재배한 미니사과를 보이고 있다. 윤영민 기자

"아이 셋을 키우며 월급만으로는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소백들사과농장 이효미(44·여) 대표는 2019년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고향인 경북 영주로 귀농했다. 안정된 월급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택한 그는 시아버지가 60년간 인삼을 재배하던 밭에 미니사과를 식재하며 첫 농사를 시작했다. 낯선 지역에서의 도전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겠다는 결심 하나로 사과 농사에 뛰어들었다.

귀농 초기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농사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기후와 병충해, 유통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세 자녀의 학업 문제와 남편 외엔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의 외로움까지 겹치며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거주 중이던 경북도청 신도시 내 한 현수막이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내건 '여성농업인 교육'. 그 문구는 침체된 일상 속 작은 희망의 신호였다.

이 대표는 곧바로 개발원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 '글로벌 FTA시대, 스마트여성농업인 양성교육'(52시간) 과정을 수료하며 본격적인 디지털 농업에 눈을 떴다. 1대1 맞춤형 경영컨설팅(40시간)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구축, 소비자 데이터 분석, SNS 운영 등 실질적인 온라인 판로 개척 기술을 익혔다. 같은 해 10월에는 '스마트여성농업인 플리마켓'에 참여해 직접 만든 미니사과 탕후루를 선보였고, 젊은층의 관심을 끌며 완판을 기록했다.

이 대표의 학습 여정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6차산업 스마트팜 창업교육'(176시간)을 이수하며 농업의 1차 생산을 넘어 가공·체험·유통이 결합된 6차 산업형 농장 경영을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생산품의 품질관리부터 브랜드 기획까지 통합적으로 배우며 자신만의 경영모델을 구축했다.

올해는 '농식품 FTA시대, 미래여성농업인 육성교육'(51시간)에 참여해 인공지능(AI) 콘텐츠 제작과 실시간 라이브커머스 마케팅 전략을 익혔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 콘텐츠 제작, 고객 응대, 판매 관리, 라이브커머스 운영 등을 배우며 소셜커머스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소백들사과농원에서 재배한 사과는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정기 주문 고객도 늘어나면서 '맛있는 미니사과 농장'으로 자리매김했다. 4년간의 꾸준한 노력 끝에 그는 2023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됐으며, 미니사과를 주로 부사까지 재배를 확대해 농장 규모를 약 1만8천㎡(5천500평)까지 넓혔다.

이 대표는 "개발원 교육을 통해 단순히 농사를 짓는 사람에서,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고 소비자와 연결되는 '농업 경영인'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통해 경북도와 영주시의 여러 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여성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지역 여성농업인의 멘토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디지털 기술은 농업의 언어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땀뿐 아니라 데이터와 창의력으로 승부해야 할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배운 경험을 후배 여성농업인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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