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지난달 대구경북신공항 문제의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는 절호(絶好)의 기회를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하루 건너 대구를 찾았고, 국정감사 땐 지역 국회의원들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관련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집중 공세를 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손에 쥔 건 없었다. 대통령과 총리는 국가 지원 요청에 검토 뉘앙스만 풍기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확답은 피했다. 정부 부처들은 윗선의 후속 대책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책임을 위로 돌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정부 재정 지원이 실현 가능하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정부 지원과 관련해 오히려 "쉽게 약속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신공항이 지역 최대 현안임에도 타운홀 미팅의 의제(議題)로 잡지도 않았다.
대통령 방문 이틀 전 대구를 찾은 김 총리도 대구시의 신공항 재원 확보 구체적 방안 마련 요청에 "대구시가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제시해 주면 적극 조정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전례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부 예산으로 할 수밖에 없는 묘수(妙手)를 시가 내놓으면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으면 힘들 수 있다'는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었다. '기부 대 양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기부 대 양여'는 군 공항을 다른 곳에 새로 지어 주고 기존 부지를 양여받아 개발한 수익으로 충당(充當)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도 이를 잘 안다. 대구 방문 당시 직접 "지금은 지방 부동산 경기가 나빠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기부 대 양여'의 원죄(原罪)는 대구에 있다. 애초 대구가 이 방식으로 군 공항을 이전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당시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군 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십 년 동안 삶의 질은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전투기·항공기 소음으로 고통받는 많은 시민의 절박함을 해결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이전해야 했다. 그러나 군사시설인 K2 군 공항을 이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시 군 공항도 이전해 주고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라고 했다면 씨알이 먹혔겠는가. 그 고뇌의 산물이 기부 대 양여였다.
정부도 대놓고 '지원 못 한다'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 군 공항 이전은 지자체가 할 일도, 비용을 댈 수 있는 규모의 사업도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호소해도 국가가 시민들의 소음 피해를 해결해 줄 생각을 안 하니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안한 방식이란 걸 안다.
도심에 있는 전투비행장, 군 공항을 민간 공항과 함께 이전하는 사업이다. 기부 대 양여 틀 안에서가 됐든 국가 주도가 됐든 정부의 개입과 재정 지원이 불가피한 국가 사업이다. 정부가 먼저 '이제라도 정부 주도 사업으로 하겠다'고 해야 하는 사업이다. 어쩔 수 없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시작한 사업인 줄 알면서도 계속 나 몰라라 하는 건 직무 유기(職務遺棄)다. 특혜의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일이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는다. 정 대표는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하는 걸로 유명하다. 대구 첫 방문, 대구 현장 최고위에서 특유의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대구경북 군·민간 공항 문제에 대해 시원한 해법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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