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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꾸는 시] 이종암 '육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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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시집 '저, 쉼표들' '몸꽃' '꽃과 별과 총'…계간 문예지'불교와문학' 편집위원

이종암 시인
이종암 시인 '육화산' 관련 이미지.

〈육화산〉

날이 새거나 어둡거나 상관도 없이

고향집 대청마루에서 날마다

고개 들고 바라보던 육화산六花山

불혹도 한참 지나서야 처음 올랐네

산굽이 돌아서고 올라설 때마다

저 멀리 발아래 내려다뵈는

동창천 강줄기는 푸르게 웃으며

내게로 달려오고

강 가까이 옹기종기 사람들 모여 사는

용전 길명 명대 북지 삿갈 호방

마을들 여기저기 꽃처럼 피어나네

산봉우리 여섯 꽃잎처럼 둘러싸여

얻은 이름 육화산인가?

산에 함께 올라간 어릴 적 친구들

종의 영자 용식 전열 명자 태봉이

동무들은 모두가 오래 정든 산 같고

꽃잎, 꽃잎, 꽃잎들만 같은데

확확대던 숨결 유야무야 싱거워지면

우리도 저 육화산 속으로 들어가서, 끝내

산의 부분으로 육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내통 위에 꽃은 또 피고 지고

이종암 시인
이종암 시인

<시작 노트>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은 경북 청도군 매전면 장연동. 청도군에서 제일 먼저 3.1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동창천 건너편 마을 길명이다. 어린 시절 멱 감고 다슬기와 물고기를 잡던 동창천과 여름에는 소먹이고 겨울에는 땔나무를 하던 마을 뒷산 마등방우는 어린 시절 내 일상적 삶의 무대였다. 그런데 대청마루에 앉아서 날마다 쳐다보던 높다란 육화산(六花山)은 마흔을 넘겨서 처음 등산을 하였다. 육화산을 처음 올라갈 때 맞닥뜨린 풍광도 아름다웠고 그 기분도 참 좋았다. 그래서 그 후 여러 번 등산을 하였다. 시「육화산」은 마을 소꿉친구들과 함께 육화산을 올랐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던 무늬들을 언어로 펼쳐본 것이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동창천 주변 여기저기 자리 잡은 작은 마을들도 꽃처럼 예뻐 보였고, 함께 올라간 동무들도 다 꽃처럼 보였다. 지난 봄날 대구 동촌유원지에서 고향 친구들 환갑이라고 모여서 잔치를 벌이기도 했는데, 우리 친구들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였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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