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벌떡 일어난 길이 발목을 걸었다
넘어지며 잡은 건 줄장미의 허공
오래 골몰했던 생각들이 모두 허사였음을
작은 돌멩이가 무릎에 파고들면서
손바닥이 고슴도치가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빨간 꽃물 주르르 흐른 자리
딱지 뜯어내고 벗어나려 해도
오래도록 남아있는 모래의 자국
가시의 자국
겉은 멀쩡해도 속은 멀쩡하지 않아
찌릿찌릿 깊어진 흉터에는
천 년을 견딘 돌의 우주가
가끔 비를 몰고 오기도 하지
새로운 몸짓에 취할 때마다
점치듯 손톱으로 톡톡 두드려보는
안 가본 그 길의 돌다리들
〈시작노트〉
가끔 넘어진다. 아프다. 아찔하게 아프다. 상처를 며칠 동안 들여다보았다. 흉터는 흔적이기도 하지만, 지난한 시간을 관통한 내 가슴 속의 구조물이다. 상처가 남긴 진동과 그것을 견뎌낸 존재의 비밀을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흔들리며 반기는 모든 사물들에게 오늘도 고요히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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