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문제 인식 및 정의'는 가장 첫 단계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문제가 발생하는 곳을 관찰하고, 문제의 원인이나 영향을 파악한 뒤, 문제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두루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의 문제를 파헤친 매일신문의 연속 보도가 이어지자 대구시는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 인식'조차 결여된 시 감사에서 진흥원 사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이 나오긴 이미 글렀다는게 문화예술계의 분위기다.
아직 대구시의 특정감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이지만 이미 지난 18일 열린 문예진흥원을 대상으로 한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물감사'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문제는 있는 것 같지만 (심각하다 하기엔) 다소 무리있다"는 식의 사전 감사보고서에 대한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주범 의원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긴 했으나 괜찮다는 식이냐"며 대구시의 맹탕 감사 결과를 비꼬아 꼬집기도 했다.
'셀프 승진 논란'과 관련해 정일균 의원은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조직구성원들이 느끼면 그런 것이고, 그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중완 의원 역시 "인사위 당연직 위원을 경영지원부장이 맡았다는 것은 결국 인사위 구성부터 개최까지 특정 간부 한 명이 다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면서 "본인과 관련한 인사위에서는 빠지는게 당연하지만 (경영지원부장이) 조직에 대한 건 본인이 설명하며 끌고가는 거지 않나. 이런 구조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뻔하다. 갈라치기, 자기편챙기기, 직원 사이 신뢰는 사라지고 줄서기·눈치만 남는 분위기"라고 일갈했다.
사실 애초에 대구시와 문예진흥원은 인사·근무 관련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의지조차 없어보였다. 감사 기간 동안 진흥원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사팀에 근무해 왔던 핵심 인물 1명을 포함한 3명의 직원이 '벤치마킹'을 이유로 해외 출장에 나서며 자리를 비운 상태로 감사가 진행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했지만 시는 문제삼지도 않았다.
사업비가 반토막 나 대구 지역 예술인들이 생계까지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도 진흥원 임직원들은 벤치마킹이나 업무협약 등의 이유로 지난해 30회 1억5천만원, 올해 9월말까지 28회 2억5천만원을 지출하는 등 외유성 해외 출장을 일삼은 사실도 행감에서 따져 물었지만 답변을 맡은 이재성 문예진흥원장 직무대행(대구시 문화체육국장)과 김진상 기획경영본부장은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는 안일함을 보였다.
현재 문예진흥원 사태의 핵심은 '잘못을 잘못인 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에 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너무 강하다못해 아예 그들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기형적 조직이 됐지만, 이를 통제하고 감시해야 할 대구시 마저 '무사안일'(無事安逸)주의에 빠지면서 진흥원은 잇딴 언론과 시의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뭐가 문제냐'는 뻔뻔스러움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기 이익 챙기기와 내부 헤게모니 장악에만 골몰해 있는 이들에게 지역 예술인과 대구문화예술 저변 확대라는 진흥원 본연의 목적을 위해 할애할 시간은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술인과 대구시민의 몫이다. 대체 진흥원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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