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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열면 10개가 죽었다" 日 굴 산지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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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효고 전역서 폐사 급증…연말 굴 수급 비상

굴 자료사진. 매일신문DB
굴 자료사진. 매일신문DB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일본 전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본격적인 제철을 맞이했음에도 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전국 유명 산지에서는 수확을 포기하거나 출하를 미룬 채 대체 공급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효고현, 오카야마현 등 주요 굴 산지들이 위치한 세토내해 일대에서 양식 굴의 대량 폐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사율은 지역에 따라 평균 80%에 달하며, 일부 양식장에서는 사실상 전멸 수준에 이른 곳도 있다는 설명이다.

굴 요리 전문점들이 밀집한 효고현 내 음식점들에서도 현지산 굴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주는 "10월 중순부터 들어올 예정이던 굴이 전혀 오지 않는다"며 "살이 차지 않았고, 수확량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출하가 미뤄지고 있다. 손님들에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상당수 매장은 홋카이도산 등 타지역 굴로 겨우 수요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효고현에서 47년째 굴 양식을 해온 한 수산업체 대표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양식장에서 확인해 보면 대부분의 굴이 입을 벌리고 죽어 있다. 이 정도 대규모 폐사는 처음 겪는다"며 "정상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굴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개체 역시 크기가 작고 수분이 과다하거나 살이 차지 않아 상품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히로시마현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구레시 인근의 한 양식장 관계자는 "10개를 열면 10개가 모두 죽어 있는 상황"이라며 "통상적으로 여름철 더위에 30% 정도가 폐사하는 경우는 있지만, 올해처럼 완전히 무너진 적은 60년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양식장은 매년 연말 선물용 굴 출하를 해왔지만, 올해는 전량 불가 판정을 내렸다.

현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19일 현장을 방문한 스즈키 노리카즈 농림수산상은 "수십 년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생산자들로부터 직접 들었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양식업 경영이 무너지지 않도록 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식 피해 원인 규명과 복구 지원을 위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해 굴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해수온 상승과 강수량 부족을 지목하고 있다. 히로시마 해역의 수온은 예년보다 약 2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비가 적게 내려 하천 유입이 줄어들면서 바닷물이 식지 않은 채 고온 상태가 지속됐다. 여기에 염분 농도도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굴이 견디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성장을 멈췄다는 분석이다.

굴은 고수온기인 6~8월에 산란을 마치고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부터 살이 붙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이 길게 이어지고, 염도 변화가 없어 산란이 계속되면서 에너지를 소진한 굴들이 성장에 실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온라인 농수산 직거래 플랫폼 '타베초쿠'는 지난 11월 초부터 굴 생산자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굴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생산자에게 기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방송사 간사이TV는 관련 리포트에서 "작아진 굴이 바다의 이상을 알리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한 보다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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