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권성훈] 대통령(王)이 이럴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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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은 탁하지만, 아랫물은 맑아야"
이재명 정부 "권력으로 법치 허물어"
대장동 일당 "이렇게 한 몫 잡는거야"

권성훈 국제부 차장
권성훈 국제부 차장

조선시대 4대 성군을 꼽자면 단연 세종대왕과 성종대왕이다. 그 둘에 더해 탕평책으로 나라의 안정을 도모했던 영조와 정조도 대왕 칭호를 받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을 되돌아보면, 4대 대왕 시절이 백성들도 편안했고, 아랫목(살림살이)도 괜찮았던 시절이었다. 왕이 밤낮없이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힘겨운 삶을 걱정했으니, 대소신료(大小臣僚)들과 학자들마저도 왕의 뜻을 잘 헤아려 국정(國政)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2대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연산군과 광해군 시절에는 대신뿐 아니라 백성들도 한시도 편안한 날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실에는 시도 때도 없이 피바람이 불어 대고, 관가에는 흉흉한 소문만이 나뒹구는 통에 시장통에도 '누가 죽었다더라' '왕이 꼭지가 돌았다더라' 등 간담이 서늘한 얘기가 오갔을 터. 시장 상인들마저도 '어디 목숨이나 부지하면 다행'이라고 가슴 졸인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중국이 태평성대를 구가한 시기는 바로 요순시대(堯舜時代)다. 요 임금은 존경받는 임금으로 백성들이 근심 걱정을 하지 않도록 나라를 잘 다스린 후 다음 왕을 물색했다. 그러다 허유(許由)라는 사람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왕 자리를 청했으나 거절하자, 순(舜)이라는 사람을 찾아 몇 가지 시험을 거친 후 임금 자리를 물려줬다. 이런 두 임금을 모신 당시 백성들의 행복지수가 높았던 것은 당연한 이치다.

왕은 나라의 제일 큰 어른이다. 나이를 초월해 품격을 지켜야 하고, 늘 공부하는 자세와 타의 모범이 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학당에서 훈장도 학동(學童·학생)들에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힘주어 가르칠 수 있다.

대장동 일당에게 7천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준 대장지구.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에게 7천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준 대장지구. 연합뉴스

이 나라의 현재 대통령을 한번 보자.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기성세대들은 "윗물은 탁하지만, 아랫물은 맑아야 한다"고 반면교사(反面敎師)나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자주 인용해야 할 판이다. 현 대통령은 이미 전과 4범이다. ▷2002년 공무원 사칭 공모(벌금 150만원) ▷2004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500만원) ▷2004년 음주운전(150만원) ▷2010년 선거법 위반(50만원).

최종 판결이 난 4건의 전과는 과거 사실로 치부해 넘어간다고 치자. 하지만 그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 현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설계자 역할(단군 이래 최대 수익 사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장동 사건이 그렇다. 윗선(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이 검찰에 1심 재판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범죄 일당이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착복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판이 중지된 8개 사건의 5개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대북 불법 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위례·백현동 및 성남FC 재판, 김혜경 여사 법인카드 사적 유용)은 어찌 할까. 사법 리스크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진행형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민심을 흉흉하게 하고 있다. 떳떳하지 못한 대통령을 모시고 사는 국민들의 피로도는 말해 뭐 할까. 게다가 이 정권은 권력으로 법치를 송두리째 뽑으려 달려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장동 일당 중 한명인 남욱 변호사 소유의 청담동 빌딩 앞에서 국고 환수 촉구 현장방문을 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장동 일당 중 한명인 남욱 변호사 소유의 청담동 빌딩 앞에서 국고 환수 촉구 현장방문을 했다. 연합뉴스

7천800억원 부당이득을 취한 대장동 일당에 대한 검찰의 항소 취하는 국민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렇게 크게 한탕 해 먹으면, 출소 후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거야! 이건 국가에 환수되면 안 돼. 내 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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