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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호준] 반복 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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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과거의 안 좋은 경험·상황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정신분석에선 '반복 강박'이라고 한다. 좋지 않은 것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고 안 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반복하는 모순(矛盾)적 경향을 일컫는다. 어린 시절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혐오했던 딸이 커서 연애나 결혼할 때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혼이나 이별 후 '다신 저런 사람 안 만난다' 해 놓고선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다시 만나길 반복하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려는 경향, 싫어하지만 이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판에서도 '반복 강박'처럼 되풀이되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특검이나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만 봐도 그렇다. 이를 요구하는 입장일 땐 '진상 규명'이라며 밀어붙여 놓고 반대 입장이 되면 그렇게 욕했던 상대의 '정치적 공세' 등 논리와 행태를 똑같이 반복한다. 인사청문회 때도 야당일 땐 부동산·병역·논문·가족·납세 등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놓곤 여당이 되면 "관행" "과잉 공세"라며 비난했던 상대의 논리를 되풀이한다. 국감 때도 증인 신청과 채택 등을 둘러싼 공수 패턴이 반복된다. 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사법부 판단 존중" "법원의 엄정한 판단" "법치의 승리"라며 쌍수(雙手)를 들고 환영하다가도 불리한 판결 땐 "정치 개입" "사법 남용'"등 압력·장악·남용·개입 등 온갖 표현을 다 동원해 맹비난한다. 일반 조직에서 여러 차례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복 강박을 줄이기 위해선 무의식적 반복을 의식화하는 게 중요하다. 반복되는 사고·행동 패턴을 객관화하고 의도적으로 행동을 바꾸는 훈련이 효과적이다. 정치인도 익숙한 정치판과 자신의 패턴에서 한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반복했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과 경험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당일 때, 야당일 때 반복했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패턴들을 입장이 바뀌어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거 때마다 공개적으로 약속이나 선언을 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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