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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 '소방수' 투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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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대 고착화에 긴급회의…'전략적 환 헤지' 재가동 유력
외국인 12조원 순매도…"노후자금 동원" 우려도

23일 서울 중구의 한 무인 환전소 모습. 100)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올해 3월 말 89.29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중구의 한 무인 환전소 모습. 100)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올해 3월 말 89.29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연합뉴스

1,400원 중후반 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고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소방수'로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세가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커진 데다 시장 변동성이 위험 수준에 근접하면서 정책 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 등과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수급 주체를 활용한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 노후 자금을 시장 안정에 동원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지만, 고환율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면서 연금 개입의 필요성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채 장기간 지속한 사례는 많지 않다. 외환위기(1997~1998),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 미국발 고금리 충격과 레고랜드 사태가 겹친 2022년, 그리고 비상계엄 상황이 이어졌던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네 차례뿐이었다. 이번 고환율 추세가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시장 불안은 외국인 자금 이탈로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 머물며 달러 수요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 흐름의 비대칭도 뚜렷하다.

정부와 시장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카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재가동이다. 국민연금은 연간 600억달러 넘는 국외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대규모 달러를 확보하며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적됐다.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었을 때도 이 같은 대책을 한시 도입한 바 있으나 환율 안정 후 중단됐다. 재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구조적 대안으로는 국민연금의 외국 주식 비중 조정 방안도 공론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운용자산은 1천322조원이며 이 가운데 외국 주식 비중은 36.8%(486조4천억원)에 이른다. 외국 투자가 축소되면 달러 수급 환경이 완화될 수 있지만 연금 수익률 저하 우려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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