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에 다니는 김지하 씨와 경북도장애인복지관 봉화분관에 근무하는 김창숙 씨는 동갑내기 부부다. 서른 살에 결혼해 올해로 결혼생활 18년차인 이들은 현재 경북 봉화군에서 생활하며 자녀 셋을 키우고 있다. 큰딸 수현은 고등학교1학년, 둘째 수민은 중학교 3학년, 막내 현성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시골이 아이 키우기 좋아
김지하·김창숙 부부는 "봉화라는 시골에서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 좋았고, 또 도시보다 이웃과 교류가 많은 점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놀이터 및 놀이시설이 없다는 것은 시골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다. 얼마 전 놀이시설이 한 곳 생기기는 했지만 세 아이가 어릴 때는 없었다. 인근 다른 지역의 실내 놀이터나 놀이시설을 이용하곤 했다.
그래도 아이들 모두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큰딸은 장녀라 그런지 자기 자리에서 늘 책임감 있게 모든 일을 잘해내며, 친구들에게도 다정하고 착하다고 인정을 받는다. 둘째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함께 어울려 노느라 공부는 잘 챙기지 않는 편이다. 대신 운동과 아재개그(유행이 지난 썰렁 농담)에 재능이 있다. 막내는 애교쟁이다. 춤도 잘 추고 엄마가 늦게 귀가할 때면 제일 먼저 연락하고 걱정해준다. 씨름, 복싱, 풋살 등 다양한 운동을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하지만 집에서는 누나들과 엄마아빠에게 한없이 다정한 남자다.
◆아이들끼리 잘 챙기니 '든든'
맞벌이 부모다 보니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다자녀가정의 최대 이점, 바로 아이들끼리 알아서 잘 논다는 것이다. 김창숙 씨는 "직장에 매인 몸이라 방학 때 아이들 점심식사를 챙겨줄 수 없는 형편이었는데 큰아이가 볶음밥을 해서 동생들에게 주더라"며 "동생들도 서로 준비물 빠진 것 전달해주고 운동회가 열릴 때면 총출동해서 응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든든하고 행복하다. 자랄 때도 그렇지만 살면서 외롭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은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가지려 노력한다. 엄마는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시간 둘째(수민)와 봉화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정구를 함께 배우고 있고, 아빠는 주말에 전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준다. 주말에는 가족 외식이나 장보기, 바깥 나들이도 즐겨한다. 때로는 인근에 사는 친가와 외가에 가서 식사도 하고 농사일도 거든다.
◆이웃들과 공동 육아로 부담 ↓
지금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 손 갈 일이 적지만 어릴 때는 아이 셋 육아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힘든 여정에 힘을 덜어준 이들이 있었으니 아파트 이웃주민들이었다. 김지하·김창숙 씨 가족은 봉화읍의 한 아파트 502호에 사는데 당시 503호와 504호도 다자녀가정인데다 연령대도 비슷해 육아 동지로 지냈다. 8층과 1층 등 주변에도 다자녀가정이 꽤 있었다.
이렇게 어찌어찌 공동 육아를 하다 보니 그 힘든 육아가 훨씬 수월해졌고 재미도 있었다. 시간만 나면 한 집에 모이거나 바깥 나들이도 함께 하며 어울려 지냈다. 크리스마스엔 한 아빠가 산타 복장을 하고 다른 집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등 각종 이벤트도 함께 했다. 특별한 육아 노하우가 없어도 이웃들과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도 스스로 잘 커 줬다.
김창숙 씨는 "다자녀가정이란 공통점 아래 엄마아빠들끼리 소통이 잘 됐고 아이들도 친자매형제인 것처럼 어울려 놀았다"며 "진짜 대가족인 것처럼 살다 보니 자연스레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양육 부담이 감해졌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학업으로 바쁜 시기라 예전만큼 가족들 전체가 뭉치는 일은 많지 않지만 엄마들끼리는 여전히 자주 모여 대화도 하고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교육관
이 집의 교육철학은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유롭게 결정하고 행동하게 하되 그에 따른 결과는 본인이 지게 한다는 것이다. 학습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지원을 다 해주지만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다. 현재 둘째는 학원을 다니기 싫어해 학원을 다지 않는다. 대신 성적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알아서 지게 하고 있다.
부부는 "부모로서 솔직한 마음은 지금 학원을 더 보내 성적도 올리고 나중에 좋은 직장도 얻게 하고 싶다"며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내 욕심이 아이들에게 모두 좋은 영향으로 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정을 하도록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번은 막내가 여름인데 겨울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간다고 떼를 써서 그냥 겨울 점퍼를 입혀 보냈더니 다음날은 더웠는지 그 옷을 입고 가지 않았던 에피소드도 있다. 결국 아이가 원하면 해보게 하고 본인이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이 부부의 교육법이다.
김지하 씨는 "한 집에 같은 부모라도 아이 셋 중 누구 하나 생김새와 성격, 특기, 기호 음식 등이 같은 게 하나도 없다"며 "그래서 하나하나 제 특성을 잘 살려줘야겠다 생각하고 있고 또 각자의 몫은 스스로가 찾아갈 것이란 믿음으로 자율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 난관는 경제 문제
다자녀가정으로 살면서 애로점을 꼽으라면 함께 외식을 가도 4인 테이블이 기본이라 늘 테이블을 2개 사용하면서 떨어져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들이를 가도 체험이나 숙박시설이 대부분 4인 기준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사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식비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주거와 학원비 관련이다. 주거의 경우 아이들이 크면서 각자의 방을 갖고 싶어하는데 생활비도 빠듯한 마당에 대출 받아서 큰집으로 이사 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골이라고 집값이 그리 저렴한 것도 아니다.
학원비는 매달 가계에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요인인데, 아이들 학원비랑 보험료에 김창숙 씨 월급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부의 노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고 전혀 대비도 못하고 있다. 그는 "맞벌이를 안 하면 아이들과 이런 평범한 생활도 어렵다"며 "아이들 셋과 지내는 지금이 참 행복하긴 하지만 제도적으로 다자녀가정 지원이 확대된다면 정말 편안하고 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래 함께 하는 게 소원
김지하·김창숙 부부는 땅을 밟고 살 수 있는 현재의 이 환경에 감사한다. 그런 점에서 고향인 봉화는 꽤 만족스런 곳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지역이라 아이들에겐 정서적인 면과 신체적인 면 모두 긍정적이었다. 앞으로 자녀들이 각자 가정을 꾸린 후에도 봉화에 모여 함께 살면 좋겠다 싶지만 그건 아이들의 선택이고 욕심 낼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김지하 씨는 "우선 단기적으로 바라는 바는 세 아이 모두 무탈하게 교육 잘 시켜 본인 하고 싶은 일 하며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고, 김창숙 씨는 "아이들이 장성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온가족이 모여 이야기 나누며 살고 싶다"고 했다.
자녀들의 바람도 가족의 행복과 관련된 것이다. 첫째 수현은 "점점 성장하는 가족이 됐으면 한다"며 "엄마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가족들과 함께 이웃을 더 많이 도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둘째 수민은 "여행이나 집안일 등에 있어 서로 상의해서 결정하고, 고민이 있을 때는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며, 서로 응원하는 대화가 많은 가족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막내 현성은 "가족 모두가 집에서 자주 만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세상에서 웃음이 제일 크게 나는 즐거운 집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어디에 살든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이 가족이 바라는 가장 큰 소원이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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