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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시장 불안은 일시적 현상...연말 '머니무브'·AI 거품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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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감원장, 한은 금리 동결 직후 긴급 점검회의 주재
"펀더멘털 문제 아닌 수급 불균형...내년 경기 회복세 전망"
고위험 파생상품 마케팅 제동·퇴직연금 과당경쟁 밀착 감시 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최근의 시장 변동성 확대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일시적·비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미국·중국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과 AI(인공지능) 과잉 투자 우려 등 잠재적 뇌관이 여전한 만큼, 금융당국은 연말 자금 쏠림 현상과 고위험 투자에 대한 고삐를 죄기로 했다.

금감원은 2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이찬진 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최근 금융시장에 나타난 주가 조정, 금리 상승,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에 대한 당국의 상황 인식이었다. 11월 들어 금융시장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찬진 원장은 이를 구조적 위기가 아닌 '단기적 숨 고르기'로 규정했다.

금감원은 최근의 변동성이 ▷단기 차익 실현 매물 출회 ▷연말 특유의 수급 불균형 ▷해외 시장 변동성 확대 등 비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내년도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시장의 과도한 공포 심리를 차단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낙관론 뒤에는 엄중한 경고도 따랐다. 이 원장은 내년 시장 전망을 긍정하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한·미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 ▷AI 산업 과잉 투자 우려 ▷부동산 시장 불안을 3대 잠재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테마(AI)나 자산(부동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자칫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AI 관련주의 과열 양상을 '과잉 투자 우려'로 명시한 점은 향후 관련 분야에 대한 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소비자 보호와 유동성 관리를 강조했다. 우선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빚투(빚내서 투자)' 조장에 제동을 걸었다. 고위험 해외 파생상품이나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부추기는 이벤트를 억제하고, 증권사별 신용공여 한도를 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 시 발생할 수 있는 반대매매와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상환 요구)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현재 금융권의 외화 조달 여건은 양호하지만,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대비해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연말 퇴직연금 시장의 과열 경쟁에 따른 대규모 자금 이동(머니무브) 가능성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금융사 간 유치 경쟁이 자금 시장 전체의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밀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금 흐름의 물꼬를 트는 구조적 개선안도 내놨다. 해외 투자나 부동산으로 편중된 시중 자금이 국내 산업의 '혁신 성장' 부문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IMA(종합투자계좌) 제도 정착과 금융사 자본비율 유인체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전 임직원이 경계심을 갖고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며, 당국의 시장 개입이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실질적인 리스크 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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