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시작한 사업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터에 추진 중인 문화예술허브 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국비 중심으로 추진돼 온 이 사업에 지방비 분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순한 재원 조정이 아닌 정책 원칙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왜 대구에서만 국가사업의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가. 이 사업은 애초부터 단순한 지역 개발을 보완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창작·제작·교육이 결합된 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며, 소비 중심의 문화산업 구조를 생산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었다.
출발선부터 명확한 '국가사업'이었다.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구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립'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국가 책임 아래 추진되는 전략적 인프라라는 약속이다. 이 전제가 흔들리는 순간, 사업의 성격과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사업에 예외가 생기는 순간, 기준은 무너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정부는 지역 문화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추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적 약속이 흔들린다면 지역 문화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구는 이 사업을 감당할 충분한 기반을 갖춘 도시다.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거점으로서 수많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며 미술사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창작과 교육, 단체 활동이 결합된 예술 생태계 역시 그 과정에서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술교육 기반 또한 탄탄하다. 피란 시기 형성된 순수예술교육의 토대는 이후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확장되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최근에는 실용음악과 뮤지컬 등 산업 연계형 교육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등학교 단계까지 뮤지컬 학과가 생겨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20년 동안 뮤지컬 콘텐츠로 글로벌 축제를 이어온 드문 사례다. 창작뮤지컬 발굴과 국제 교류를 지속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창작, 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형성해 온 결과다. 대구는 이제 공연예술의 소비지를 넘어 생산 거점으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시각예술 기반 역시 강화되고 있다. 간송미술관과 대구미술관을 축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잇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여기에 국립근대미술관이 더해진다면 고대·근대·현대를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가 완성될 수 있다. 이미 형성된 생태계 위에 국가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그럼에도 국비 비중 축소나 '국립' 위상 조정이 현실화한다면 사업 구조는 불가피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 규모 축소, 콘텐츠 경쟁력 약화, 인재 유입 감소, 국제 협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향이 흔들리면 결국 국가 문화전략의 완성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K-콘텐츠가 음악과 영상 중심에서 공연과 전시, 복합문화 콘텐츠로 확장되는 지금, 이를 뿌리내릴 거점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미 다른 도청 후적지 개발 사례에서는 국립문화시설이 국가 책임 아래 조성돼 왔다.
특정 지역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구만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국가가 시작한 사업이라면, 기준도 책임도 국가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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