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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의 '실용주의', 2조 ELS 과징금 딜레마 풀까…"징계는 징계, 대출은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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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 첫 간담회..."ELS 과징금에 따른 RWA 반영 유예 검토"
징벌적 제재와 '생산적 금융' 사이 줄타기...시장 충격 최소화 의지
'서학개미' 옹호하며 한은 총재와 대립각, 국민연금 환율 책임론도 제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금감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금감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3개월 만에 가진 첫 기자간담회의 핵심 키워드는 '현실적 타협'이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은행권에 역대급인 '2조원 과징금' 폭탄을 예고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출 절벽'이라는 부작용은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은행의 목을 조르면서도 동시에 돈을 풀라고 요구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이 원장이 꺼내 든 카드는 규제 적용의 시점을 늦추는 유예책이었다.

1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과징금이 확정되기 전 위험가중자산(RWA) 반영 유예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예고한 2조원대 과징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시중은행의 자금 공급 능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금융권 관행상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은행은 해당 금액의 약 7배를 운영 리스크로 인식해 향후 10년간 RWA에 반영해야 한다. 2조원의 과징금은 곧 12조~14조원의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은행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떨어뜨린다.

결국 은행은 건전성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줄이거나(디레버리징)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원장의 발언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징벌'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 지원'이라는 상충하는 두 목표 사이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는 "모험자본이나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돼야 하는 시기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은행권의 자율 배상 노력(동의율 96.1%)을 감경 요소로 적극 반영할 뜻을 시사했다.

1일 열린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금감원
1일 열린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금감원

간담회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거시경제 현안에 대한 이 원장의 소신 발언이었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 현상을 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앞서 이 총재가 청년층의 해외 투자를 두고 "쿨(cool)하다는 이유로 유행처럼 번지는 게 걱정된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이 원장은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 투자를 하겠나. 정서적으로 공감한다"며 반박에 가까운 의견을 내놨다.

그는 본인 자산의 1%도 해외 주식에 투자 중이라며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투자자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원장은 국민연금을 '외환시장의 공룡'으로 지칭하며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가 환율 상승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국민 급여가 실시간으로 디스카운트(가치 하락)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부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소비자보호감독총괄본부' 신설이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가 별도 조직처럼 운영되면서 생기는 비효율을 없애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원스톱'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소처 분리' 주장에 대해서는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는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의에 대해서도 "이미 금융위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 또 다른 감독(기재부)을 받는 이중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원팀"이라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사 제재 수위나 정책 방향을 두고 이견이 노출된 바 있어,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

실제로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이사회가 균형을 잃고 CEO의 연임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관치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금융판 '황제 경영'을 손보겠다는 의도로, 향후 금융위와의 조율 과정에서 파열음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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