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뛰어오르자,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2일 증권가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엔화 강세로 이어지고, 이는 저금리 엔화를 조달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던 캐리 자금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는 논리다.
iM증권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는 "다카이치 내각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일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미·일 금리 스프레드가 빠른 속도로 축소되면서 엔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10년·30년물뿐 아니라 2년물 국채금리도 1%를 돌파하며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보고서는 일본은행 내부 기류도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우에다 총재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조정의 장단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금리 정상화 신호를 잇따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확장 재정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난 점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발 금리 충격이 한국 금융시장에도 복합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부정적 측면으로는 유동성 위축 위험이 꼽힌다. 엔화 강세가 가팔라질 경우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보고서는 "국내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 국채 금리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물 투자 매력도 역시 일본 대비 한국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 당시, 캐리 자금이 일제히 되돌아가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당시 국내 채권 금리도 급등하며 시장 충격이 확산됐다.
다만 긍정적 효과도 존재한다. 원·엔 환율의 높은 동조성을 고려할 때 엔화 강세는 곧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수급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한국 증시는 일본 증시와의 높은 상관관계 속에서도 "엔 강화 시 상대적 매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반도체 업종 모멘텀과 결합할 경우 외국인 매수세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엔 캐리 청산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작년과 달리 현재 시장에서는 오히려 엔 롱(상승 베팅) 포지션이 쌓여 있다"며 "엔 캐리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여건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도 "한국에 들어온 엔 캐리 자금 자체가 많지 않고, 일본 금리 상승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지난해와 같은 충격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NH선물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스왑레이트·레포금리 등 캐리 청산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OIS 시장에서도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경로 전망은 큰 변동이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은 내년 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 그리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미·일 금리차 변화가 엔화 흐름을 결정짓고, 이는 다시 글로벌 자금 흐름과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iM증권은 "미 연준이 핵심 변수지만, 단기적으로 일본 국채 금리와 엔화가 오히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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