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제2회 정기회의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제도에 관한 여러 중요한 법안들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법관들이 재판에 관한 전문성이나 실무경험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상세히 말씀드리는 것은 책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모든 법관은 국회 입법권이나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논의를 존중할 뿐 아니라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 의견도 고려해 국민 요청과 기대에 최대한 부합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개회 약 1시간 전부터 다소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지켰다. 올해 개최된 법관대표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의장인 김 부장판사가 공개리에 모두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 판사들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됐지만 설립 당시부터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해 정치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전국법원장회의 결과와는 다소 상반된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 결과는 정치적 편향과는 관계가 없어 보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회의를 끝낸 뒤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등 법안에 대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회의는 법관 대표 구성원 126명 중 정족수인 과반수(64명)를 넘는 84명 이상이 참석해 개회했다.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한 논의는 애초 이날 안건에 포함돼있지 않았지만 회의 중 10명 이상 법관이 안건을 올리는 데 동의해 긴급 상정됐다. 표결에 참여한 법관대표 79명 중 50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두 법안에 대해 "논의의 시급성에 비춰 위헌성에 대한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법안이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법안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표명하는 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내란 혐의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를 사법부 내에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3대 특검 사건을 각각 맡을 전담재판부를 구성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전담재판부 법관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꾸려진 추천위가 2배수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도록 했다.
법원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깨고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 독립성을 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또 헌재와 법무부 장관 등 법원 외부 세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령을 명백히 왜곡하여 독단적·자의적으로 법 해석·적용을 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사법부에서는 입법 권력의 눈치를 보게 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사법 제도 개선과 관련한 안건도 법관대표 89명 중 78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또 법관 인사와 평가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재석 92명 중 찬성 76명, 반대 13명으로 가결했다.
회의는 사법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법관 인사와 평가제도에 대해서는 "재판 독립과 법관 신분 보장, 국민의 사법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댓글 많은 뉴스
"현지 누나 누군지 밝혀야 하나?" 물어보니 국민 과반 '찬성'
주호영 "대구시장 출마 여부, 빠른 시간 내 결정하겠다"
"조진웅, 생매장 당하지 않고 우뚝 서야, 일제도 독립운동가들 생매장"
차기 대구시장에 민주당을? 홍준표 "김부겸 훌륭한 분" 콕 찍어 칭찬
'조진웅 소년범' 폭로 기자 고발당해…"30년 전 판결문 뜯어내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