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요 산업단지의 분양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며 지역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접근성과 입지 조건이 뛰어난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와 금호워터폴리스가 잇따라 분양에 나섰지만 실제 계약은 미미했고, 대구 산업의 중심축인 국가산업단지 2단계 역시 기업 한 곳의 단독 투자에 의존하는 취약한 수요 구조가 선명해졌다.
◆산단 분양률 '경고등'
대구시는 지난달 동구 율하동 일원에 조성 중인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 3만2천460㎡(19필지)와 북구 검단동 금호워터폴리스 7만7천249㎡(34필지)를 대상으로 입주업체를 모집했다. 두 산단은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어 즉시 공장 착공이 가능하고 고속도로와 도시철도 역세권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점이 강점으로 꼽혔지만 입주 계약은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 1곳에 그쳤다.
대구 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국가산업단지 역시 저조한 분양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국가산업단지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원 855만9천㎡에 지역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조성됐다. 미래형 자동차, 첨단기계, 차세대전자통신,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12월 준공된 1단계 구역(316만9천㎡)은 분양률이 90% 이상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준공된 2단계 구역(174만2천㎡)의 입주업체수는 19개에 그친다.
전체 면적 가운데 분양된 면적은 87만6천㎡로 이 중 55만8천㎡가 이2차전지 기업인 엘앤에프 1곳의 몫이다. 엘앤에프는 지난 2023년 대구국가산업단지 2단계 구역에 2조5천500억원을 들여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투자약정을 대구시와 맺었다. 대구국가산단 2단계의 분양률은 엘앤에프를 제외할 경우 20%가 되지 않는다.
저조한 분양률은 새롭게 조성되는 산업단지에도 부담이다. 낮은 분양률이 장기화되면 새로 추진되는 산업단지의 수요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구 제2국가산업단지는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산업기반으로서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구 제2국가산업단지는 달성군 화원읍·옥포읍 일대에 255만㎡ 규모로 조성되는 대구의 두 번째 국가산업단지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래모빌리티·로봇·AI·빅데이터 등 첨단산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경제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설계 착수, 보상 협의, 산단계획 승인, 착공 등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높아진 분양가 기업들 아우성
원가 절감이 최우선인 기업들은 조성원가 급등을 가장 큰 부담으로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회발전특구 지정된 금호워터폴리스에 입주한 기업은 법인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와 함께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최장 24개월 무이자 할부 ▷선납 할인율 인상 ▷연체료율 인하 등의 금융 혜택도 지원된다.
문제는 조성 원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준공된 대구국가산단 1단계의 3.3㎡당 분양가는 96만원이었으나 지난해 준공된 대구국가산단 2단계의 3.3㎡당 분양가는 125만원까지 치솟았다. 8년 만에 3.3㎡당 분양가가 30% 정도 오른 셈이다. 1만6천㎡(약 5천평)를 매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14억~15억원 정도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된다.
각종 환경 규제도 조성원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율하도시첨단산단의 산업용지 분양가는 3.3㎡당 459만~588만원으로 금호워터폴리스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는 올해 10월 조성원가 재산정에 따라 분양가격이 당초보다 6.4% 정도 인상됐다. 오수처리계획이 변경되고 스마트그린산단 계획 등이 반영되면서 조성원가가 올랐다.
산업단지의 분양가격은 일반 부동산처럼 시장 상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은 산업단지 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합산한 '조성원가'를 분양가 산정의 기본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지 보상비와 기반시설 설치비, 공사비, 간접경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인 만큼, 사업시행자가 임의로 가격을 낮추거나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토지 분양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내년에는 분양 공고 횟수를 늘리고 필지 공급을 다양화하는 한편 토지리턴제 적용과 같은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토지리턴제란 매매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매수자가 리턴권을 행사하면 계약금을 포함한 납입금 전액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LH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 둔화와 업황 침체가 겹치면서 신규 문의가 줄었을 뿐 아니라 기존 계약자들 가운데서도 경영 여건 악화를 이유로 해약을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포함해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분명히 알리고 홍보를 강화해 분양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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