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의 '특정인의 하천부지 장기 점유 방치' 논란(매일신문 1일자 10면 보도)에 이어, 수해복구 과정에서도 하천 확폭 기회를 스스로 외면하고 특정인의 점유 상태를 유지하는 듯한 조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통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 선형 개선 사업이 신축 건물로 막혀 사실상 무산된 데 이어, 이번에는 홍수 대응이 걸린 수해복구 사업마저 논란의 한복판에 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관리도 안 하더니, 수해복구 과정에서조차 특정인을 배려하는 듯한 조치가 이어졌다"며 "행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천 확폭 필요한 '합류부'…봉화군은 오히려 뚝을 쌓았다
논란이 된 지점은 봉화읍 중심을 흐르는 내성천과 만나는 가계천이 실개천과 만나는 합류부다. 이 구간은 물 흐름이 좁아 여름철마다 범람 위험이 높은 곳으로, 전문가는 물론 주민들 모두 "여기는 하천부지를 넓혀 물길을 확보해야 하는 핵심 구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봉화군은 이번 수해복구에서 하천부지를 넓히는 대신, 특정 업체 대표 A씨가 장기 점유해온 부지가 유지되도록 측면에 '뚝'을 쌓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확보해야 할 홍수 완화 공간은 다시 좁아졌고, 주민들은 "수해복구인지 개인 땅 살리기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하고 있다.
인근 주민 이모씨(72)는 "수해복구라면 물길부터 넓혀야 하는데, 오히려 둑을 만들어 좁혔다"며 "저기 오래 쓰고 있던 사람 편만 들어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 장기점유 당사자, 환경법 위반 사실도 드러나…관리·감독 부실 비판
논란을 키운 또 하나의 요소는 A씨가 수년 전 환경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문제의 부지에 합류되는 실개천 반경 200m 내에 위치한 A씨 업체는 수년 전부터 하천 주변 폐기물 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군은 A씨의 하천 점유 문제와 환경법 위반 문제를 분리해 다뤄 왔다.
주민 김모씨(65)는 "하천을 수십년 간 점유하며 주변을 어지럽힌 업체라면 더 엄격히 관리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뚝까지 쌓아주며 사실상 사용을 유지하게 만든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환경법 위반이 있는 사업체라면 복구계획 수립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며 "이런 업체가 장기 사용해온 구간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행정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 군 "도로 선형 대비·임시 야적장 필요" 반론…설득력은 부족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봉화군 관계자는 "뚝을 쌓은 것은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향후 도로 선형 개선사업 대비와 주변 공사 현장의 임시 야적장 확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하천 확폭은 지형·공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지역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앞서 신축 건물로 인해 도로 선형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미래 도로사업을 위해 뚝을 쌓았다"는 군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 신모씨(66)는 "도로사업이 막혔다고 스스로 인정한 군이 그 사업 때문에 둑을 쌓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번 수해복구는 목적이 불분명하고, 특정인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의혹을 스스로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 "수해복구마저 왜곡됐다"…행정 신뢰 추락 심화
이번 사안은 앞서 제기된 '하천부지 장기 점유 방치' 문제와 결합되며 지역사회 전반의 행정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또 다른 주민 조모씨(59)는 "도로사업 무산도 문제지만, 홍수 대비용 복구사업까지 특정인 점유 상태를 유지하려 했다는 의혹은 더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홍수는 주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하천관리 부실은 단순한 행정 소홀을 넘어 안전 행정 실패로 비화하고 있다. 전문가는 "수해복구는 지역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업인데, 여기서조차 기초 행정 기능이 흔들린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제는 설명보다 조치가 필요하다"며 "하천관리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장기 점유 문제와 수해복구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봉화군 관계자는 "수십년간의 점유 문제는 최근 민원 제기로 공식 확인했고, 절차에 따라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며 "수해복구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한 사실은 없고, 뚝 설치는 도로사업 대비와 공사 여건을 고려한 결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지지율 54.3%로 소폭 하락…전재수 '통일교 의혹' 영향?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
'국비 0원' TK신공항, 영호남 연대로 뚫는다…광주 軍공항 이전 TF 17일 회의
'李 대통령 질타' 책갈피 달러에…인천공항사장 "무능집단 오인될까 걱정"
김어준 방송서 봤던 그 교수…오사카 총영사에 이영채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