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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염색산단 45년, 시름하는 주민들]<3>(끝)"악취는 단순 냄새 아닌 유해 화학물질…주민 건강영향평가 진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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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계 경고
톨루엔, 에틸메틸케톤, 디메틸포름아미드 등 유해물질 배출 증가세

대구 의료계에서 염색산업단지가 유발하는 악취가 장기 거주 주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침과 가래를 닦아내기 위해 목에 손수건을 두른 서구 평리6동 새동네경로당 회원들 모습. 김유진 기자
대구 의료계에서 염색산업단지가 유발하는 악취가 장기 거주 주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침과 가래를 닦아내기 위해 목에 손수건을 두른 서구 평리6동 새동네경로당 회원들 모습. 김유진 기자

대구 의료계에서 염색산업단지가 유발하는 악취가 장기 거주 주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염색산단 인근 주민 상당수가 장기 거주 고령층인 상황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염색산단 굴뚝이 보이는 비산동 주택가에 30년째 거주 중인 윤모(81) 씨는 만성 비염 탓에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동네 내과를 찾고 있다.

윤 씨가 가는 A내과 원장은 "윤 씨처럼 약이 잘 듣지 않는 만성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가 산단 인근 노인층에 집중돼 있다"며 "질병에는 환경적 요인 외에도 유전이나 소득수준 등 다른 변수가 많지만 산단 악취와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의 만성화를 부추기는 요인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보건안전학과 교수가 지난 2023년 11월 작성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염색산단에서 독성물질인 톨루엔 배출량은 2017년 연간 14만3천249kg에서 2021년 27만3천665kg으로 크게 늘었다. 유해화학물질인 에틸메틸케톤과 발암성 물질 디메틸포름아미드의 배출량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 교수는 "악취는 단순히 나쁜 냄새가 아닌 유해화학물질이다. 최근 염색산단 악취가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해도 창문 틈 등 미세 누출까지 제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측정기가 닿지 않는 상층부 거주민이나 새벽이나 저녁 등 특정 시간대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악취의 핵심 위험요소로 물질의 독성과 함께 노출 기간을 꼽는다. 염색산단 인근 비산7동과 평리6동의 경우 산단 장기 근로자가 적잖은 데다 비교적 저렴한 지가에 오래 거주한 경제적 취약계층이 적잖은 곳으로 꼽힌다.

박순효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염색산단 내 열병합발전소의 석탄 연소와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이 엉겨 붙어 초미세먼지가 된다. 초미세먼지는 폐포를 넘어 혈관을 타고 심혈관계까지 침투해 특히 위험하다"며 "주민들은 근로자보다 저농도에 노출되지만, 20년 이상 장기 거주할 경우 유해물질이 몸에 축적돼 같은 자극에도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추가 조사를 통해 염색산단과 주민 건강의 상관관계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 교수는 "대구시가 염색산단의 독성물질 배출 조사를 지속해 악취 유발 지점 관리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건강영향평가도 진행해야 한다"며 "염색산단 악취 문제는 단순 냄새가 아니라 화학물질 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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