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멈춘 자리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감정이 있다. 박상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는 언어와 침묵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며, 소리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가장 예민한 순간들을 시로 포착한 작품집이다.
이번 시집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감각과 소통의 방식에 주목하며, '소리'와 '침묵'을 시의 주요한 모티프로 삼는다. 저자는 전해지지 않은 것, 들리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언어와 묵음의 경계에 놓인 순간들을 시로 기록한다.
저자는 청력 상실이라는 개인적 체험을 언어의 층위로 옮겨, 들리지 않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과 존재의 파장을 시로 형상화한다.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청음' 등의 작품에서는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오히려 더 예민해진 감각이 잔물결처럼 일렁인다. 저자에게 소리는 단순한 청각적 현상이 아니라, 대상과 세계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며, 동시에 침묵의 다른 이름이다.
시집에 수록된 51편의 시는 사물과 풍경, 인간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통해 '소통'과 '관계'라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룬다. 말로 다 전달되지 않는 감정과 상황을 어떻게 언어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시 전반을 관통한다. 13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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