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매일신문 12월17일 보도)되면서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생태계가 술렁이고 있다.
구미에 본사와 3개 사업장을 둔 SK실트론은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의 핵심 거점인 만큼, 새 주인의 투자 계획 이행과 고용 승계가 지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두산은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하며 '새판 짜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포트폴리오 완성 노리는 두산
SK실트론은 구미산단 내 24만㎡ 부지에서 300㎜ 실리콘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최근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라인도 가동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SK는 당초 2025년까지 구미에 2조3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웨이퍼는 '그로잉'과 '웨이퍼링' 공정으로 나뉘는데, 이에 맞춰 공장 건물 2곳은 이미 완공됐고 현재 장비 반입과 셋업이 진행 중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현재 투자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미 발주가 끝났고 시장 대응을 위해 내년 양산이 필수적이어서 주인이 바뀌더라도 투자를 되돌리거나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 소재부터 후공정, 전력반도체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완성을 노린다. 두산테스나와 두산파워시스템 등 계열사가 이미 전력반도체와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SK실트론은 그룹 반도체 전략의 '키스톤(Keystone)'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미시는 두산이 SK실트론을 단순 현금창출원(Cash Cow)이 아닌 전력반도체 산업의 허브로 키워주기를 기대한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의 성공엔 앵커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구미시는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를 내세워 300여개 협력사를 육성 중이며, 두산의 추가 투자가 생태계 확장의 열쇠로 꼽힌다.
◆지역의 최대 관심은 고용 승계
'투자의 끝까지 이행'과 '고용 승계'는 지역 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노조의 입장도 단호하다. SK실트론 노조는 지난 15일 구미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 과정에서 노조를 철저히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요구는 정규직 전원과 사내협력사 근로자까지 포함한 고용 승계, 강제 구조조정 금지, 그리고 구미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 제한을 인수계약서에 명시하라는 것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두산이 들어와도 일감이 줄고 알짜 생산라인을 빼가면 지역 경제 자체가 흔들린다"며 "단체협약 승계와 3년간 근로조건 동결도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이번 거래는 단순 민간 매각을 넘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SK실트론이 보유한 300㎜ 웨이퍼 기술은 국가핵심기술이다. 해외 매각이라면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이 까다롭지만, 국내 기업 간 거래라 절차는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 자회사 SK실트론 CSS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받은 5억4천400만달러 대출 계약 변경 문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지역 경제계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한 지역 기업인은 "두산이 들어오면 협력사 일감이 안정되고 국방 반도체 공급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SK 시절 약속했던 투자가 줄어들면 지역 세수와 고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구미시, 경북도, 노조, 두산이 함께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투자·고용·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4자 거버넌스' 구축이 딜 성공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두산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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