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안부〉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어
아침은 언제나 밖으로 열리고
낯선 하루를 맞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그들이 내게 먼저 안부를 물어왔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 답은 달라졌어
하루여
나를 싣고 가는 하루여
오늘은 내게 안부를 묻고 싶네
어둠에 머리를 누이고
여름 숲같이 무성한 날들을 떠 올리면
항아리 속 김치처럼 곰삭은 시간들
잘 익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네
이제는
가시를 빼고 부드러워져야만 해
가시는 내 속에 있지만
투명 인간처럼 훤히 드러나
살아가는 날을 부끄럽고 야위게 만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익어가는 가을
나무들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제 몸을 치장하며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이 시간
오늘은
낯선 하루에게
몇 번이나 웃어주었는지 묻고 싶네
<시작 노트>
나는 꽃과 나무와 계절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마치 구도자의 삶처럼 인내하고 기도하며 숨죽이다가
어느 순간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서 눈부신 활동을 보여준다.
유월에서 칠월로 건너가는 초여름의 숲은 뜨거운 태양 아래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고난의 행군처럼 보인다.
오로지 초록이라는 일념으로 흔들림 없이 숲을 키우는 나무를 보며
우리가 지나온 젊은 날도 저 여름 숲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만 보고 걸어온 시간, 그게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퇴직하고 난후 뒤돌아보니 참 유월의 숲처럼
뜨겁고 잔인한 시간을 건너왔네.
젊은 날의 풋풋한 생기가 항아리 속 김치처럼
곰삭아서 제대로 맛이 들었네.
참, 장하구나.
연민의 아픔보다 위로와 칭찬의 마음이 먼저 들었다.
아마도 나이 듦이 주는 여유가 아닐까!
이제는 분별심을 버려야 한다.
분별심은 나를 괴롭히는 가장 무서운 흉기다.
그토록 치열하던 생존의 유월 숲도,
가을이 오면 다 버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이제부터 낯선 하루에게
날마다 웃어주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약력
-2002년 동방문학 신인상 등단
-2025년 최우수예술가상(문학)
-대구문인협회 홍보국장, 여성문인협회 회원, 한국예술가곡연합회 감사
-시집 '내 마음의 다락방' ' 저녁 안부'
-가곡 음반 '매화 연가' 대표곡(매화 연가,물한리 만추,아름다운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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