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을 넘나드는 고환율 국면에서 외화를 편법 유출하거나 가격 담합·슈링크플레이션 등으로 물가 불안을 키운 기업들이 무더기로 과세당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23일 가격 담합과 독과점 남용, 할당관세 편법 이용, 슈링크플레이션, 외환 부당유출 등 '시장 교란행위'로 물가 상승을 부추긴 총 3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최근 5년간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 규모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은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가격 담합·독과점 기업 7곳 ▷관세 인하 혜택을 악용한 수입기업 4곳 ▷치킨·빵 등 외식 프랜차이즈 중심의 슈링크플레이션 업체 9곳 ▷법인자금을 동원해 외화를 빼돌린 외환 부당유출 기업 11곳이다.
국세청은 특히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편법 외화 유출이 외환 수급을 왜곡하고 환율 불안을 키웠다고 보고 외환 부당유출 기업을 정조준했다. 이들 기업의 탈루 혐의 금액은 7천~8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 한 업무단지 개발 법인은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지급보증용역 대가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대외계정을 통해 송금한 뒤 국외 거래로 위장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해외법인은 실체가 없고, 국내 임원이 사실상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제품 제조 상장사 한 곳은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술사용료를 낮춰 약 1천500억 원 상당의 외화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주일가가 기업공개(IPO) 관련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전에 취득하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정황도 포착됐다.
가격 담합과 독과점 남용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빌트인·시스템 가구 제조업체는 입찰 담합 과정에서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법인자금으로 고가 골프회원권을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논란이 된 외식 프랜차이즈 일부는 가격은 유지한 채 중량을 줄이면서, 사주일가 계열사가 부담해야 할 광고선전비 수십억 원을 본사가 대신 부담하거나 인테리어 소개비를 받고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은 수입육 전문업체의 경우, 할당관세로 저렴하게 들여온 원재료를 사주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법인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사주 자녀가 고액 배당을 받아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분석, 외환자료 분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증거 인멸이나 재산 은닉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물가와 환율의 상방 압력을 키우며 시장 질서를 훼손한 탈세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변칙적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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