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6년 만에 한 시인이 비로소 첫 시조집을 내놓았다. 정성욱 시인의 '구운몽, 그 꿈에 대한 유폐의 시'는 오랜 시간 삶의 안쪽에서 숙성돼 온 기록에 가깝다.
시조집은 '구운몽'이라는 고전 서사를 불러와 꿈과 유폐라는 키워드를 겹쳐 놓는다. 김만중, 김시습, 단종 등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화자와 맞닿는다. 저자는 유폐와 상실의 시간을 지나며 "한 생이 한갓 꿈임"을 깨닫는 자리로 독자를 이끈다. 역사적 사유는 시조라는 정제된 형식 속에서 담담하게 펼쳐진다.
책에 담긴 시조들은 삶과 죽음, 존재의 덧없음을 관통하는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생사'에서는 수많은 알 중 하나만 살아남는 거북이의 이미지로 생의 기적성과 무상을 함께 보여주고, '부처'에서는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차분히 말한다. 종교적 교리를 앞세우기보다 자연과 생명의 풍경으로 사유를 건넨다.
이 책은 무거운 성찰에만 머물지 않는다. '갈치'에서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식탁이 등장하고, 아내의 흰 머리칼과 짧은 대화 속에서 삶의 온기가 전해진다. 역사와 수행의 시선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조용히 마음을 적신다. '구운몽, 그 꿈에 대한 유폐의 시'는 한 시인의 과거를 정리하는 책이자, 다시 쓰기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조집이다. 10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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