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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흠 극작가

조대흠 극작가
조대흠 극작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해외 4K 재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가 10주년을 맞아 재개봉을 앞두고 있고, 영화 '오싹한 연애'가 박은빈 배우 주연의 드라마로 방영을 시작했다. 한때 카라가 불렀던 '프리티 걸'은 리센느의 목소리로 다시 사랑받고 있다. 요즘 문화계에서는 리메이크와 재해석이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거를 다시 꺼내 드는 걸까. 새로운 이야기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좋은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새로운 의미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일까. 리메이크는 종종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힘이 부족해 성공한 작품에 기댄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이미 검증된 이야기는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오늘날의 리메이크 열풍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리메이크는 단순히 재탕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기술도 달라지고, 표현 방식도 달라지며 작품을 받아들이는 감수성도 달라진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오늘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풀어낼 필요가 생긴다. 리메이크는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오래 살아남는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얻고, 새로운 세대와 만나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수백 년 동안 연극과 영화, 뮤지컬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원작의 힘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만나며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재해석을 시도한다. 실제로 나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속 인물들을 현대로 데려와 추리극을 쓰기도 했고, '한여름 밤의 꿈'을 모티브 삼아 현대 청년의 이야기로 풀어낸 적도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 리메이크는 늘 고민되는 작업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쓰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해석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원작의 팬에게는 실망을 주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관객에게는 신선해야 한다. 리메이크가 어려운 이유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리메이크는 원작을 얼마나 닮았느냐보다 왜 지금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지금 이 시대의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지, 원작이 품고 있던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다시 들려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국 리메이크는 과거를 복제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와 대화하는 일이다. 언젠가 내가 쓴 글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해석될 기회를 얻는다면 그때는 기꺼이 원작을 내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내 이야기가 시대를 건너 또 다른 사람과 대화할 만큼 좋은 이야기였다는 증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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