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의 오열(嗚咽)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슬픈 명장면 중 하나다. 식량 부족으로 멸망해 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우주로 떠난 쿠퍼. 물로 가득한 행성에서 불과 몇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지구의 시간으로는 23년이 훌쩍 지나버린다. 죽을 고생 끝에 우주선으로 돌아와 지구에서 온 영상메시지를 보며 훌쩍 커버린 아들과 딸의 모습에 웃다가 결국 우는 주인공의 연기는 우주의 광활함보다 더 큰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했다.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맞으면서 쿠퍼가 된 기분을 느낀다. 지금 땅을 딛고 살고 있는 대구경북의 현실이 너무 암담(暗澹)해서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숙원 사업은 밀렸고 신산업 개편은 더디기만 했다. 시간이 많았는데도 너무 허비한 것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대구경북의 현실 앞에서 쿠퍼처럼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고 싶은 시도민이 많을 것이다.
대구 경제의 암울(暗鬱)한 현주소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24년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137만원으로 33년째 전국 꼴찌다. 1위인 울산(8천519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국 평균(4천948만원)과도 격차가 크다. 개인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인 1인당 지역순소득(3천16만원)도 꼴찌였으며, 가계 구매력을 뜻하는 가계총처분가능소득(2천578만원)도 전국 평균(2천782만원)보다 낮았다. 대구의 경제성장률은 8대 대도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0.8%)을 기록했다. 2025년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26년이 더 걱정이다. 정부 예산에 대구경북신공항의 핵심인 군 공항 이전 사업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2030년 개항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신공항 배후 단지 조성과 후적지 개발도 차질(蹉跌)이 불가피하다.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시 신청사 이전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건설 경기는 바닥이다. 경기침체는 더 심해지고 환율은 가계를 위협한다. 취업 절벽 덫에 걸린 청년들은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면서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절망감 속에서 또다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새해의 좋은 점은 꿈을 꿀 수 있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울 때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조기 등판으로 대구시장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동안 공석(空席)이었던 대구시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구호를 앞세워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전 세계를 압박했다. 한마디로 무역적자 해소 등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이다. 대구시장 선거 후보들도 대구경북(TK)의 이익 추구를 최고 공약으로 앞세워야 한다. TK는 '위기 극복 DNA'를 통해 일제강점기에는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했으며, 경제성장기에는 뛰어난 지역 출신 정치인, 기업인들을 키워 한국 경제를 도약시켰다. 다시 한번 더 TK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리더가 필요할 때다. 대구의 수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진정한 지역 사랑 정신을 갖고 뛰어들기를 바란다. TK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리더를 고대(苦待)한다.





























댓글 많은 뉴스
"쿠팡 멈추면 대구 물류도 선다"… 정치권 호통에 타들어 가는 '지역 민심'
與박수현 "'강선우 1억' 국힘에나 있을 일…민주당 지금도 반신반의"
취업 절벽에 갇힌 청년들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
"한자리 받으려고 딸랑대는 추경호" 댓글 논란…한동훈 "이호선 조작발표" 반박
"김정일 장군님" 찬양편지·근조화환 보냈는데…국가보안법 위반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