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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풀고 노동은 죈다…'현장과 엇박자' 나는 李정부 노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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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형벌은 완화, 노동 규제는 확대…'이중 신호'에 혼란 커지는 기업
노란봉투법·근로시간 개편·정년 연장 논의까지…산업현장에 쌓이는 부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이재명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실용적 시장주의'를 국정 기조로 내세우며 기업 친화적 행보를 강조해 왔다. 과도한 경제형벌을 정비하고 기업의 '사법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메시지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실제로 불공정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과징금 중심으로 전환하고,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이나 소상공인의 생계형 위반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 완화 성격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 정책 영역으로 시선을 옮기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시작으로 포괄임금제 전면 손질,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논의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친기업 기조와 노동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 규제는 동시다발…현장은 준비되지 않은 '정책 러시'

기업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 정책은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이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하청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 보완"이라는 입장이지만 산업계는 노사 교섭의 기본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2.9%는 "2026년 노사관계가 2025년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안 요인으로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지목한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노사 갈등의 초점이 개별 사업장을 넘어 원청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다. 조사 결과 '원청기업 대상 투쟁 증가로 산업현장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6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섭 대상 확대에 따른 교섭 및 분규 장기화(58.3%) ▷불법파견 논란 및 원청 대상 직접고용 요구 증가(39.7%) ▷손해배상 책임 제한에 따른 불법행위 증가 및 상시화(23.8%) 등이 뒤를 이었다.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는 낮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기대한 응답은 3.3%, '노사 간 대화 촉진으로 분규 감소'를 꼽은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갈등 완화보다는 분쟁의 구조적 확대를 우려하는 인식이 강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주 4.5일제) 논의까지 겹치며 기업의 인력 운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이 경영에 가장 부담을 줄 법안으로 '근로시간 단축'(73.5%)과 '법정 정년 연장'(70.2%)을 나란히 1·2위로 꼽은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다.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포괄임금제 전면 손질…'공짜 야근' 해소와 관리 부담 사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포괄임금제를 겨냥해 이같이 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제도 자체의 남용 여지가 너무 크지 않나", "대체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나"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차라리 금지하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주무 부처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강도 높은 문제 제기를 하면서, 포괄임금제는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포괄임금제는 1974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된 이후 반세기 넘게 산업 현장에서 활용돼 왔다.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사전에 정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R&D), 영업, 사무직 등 근로시간을 정밀하게 산정·관리하기 어려운 직군에서 주로 적용돼 왔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과 이른바 '공짜 야근'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누적되면서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적용 요건을 대폭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동부는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고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화 등 근로시간 관리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제도 취지 자체에 이견은 크지 않지만, 산업계는 현장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근로시간 관리의 경직성이다. 휴식 시간이나 대기 시간까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싸고 노사 간 해석 차이가 커질 경우 사소한 문제도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한다는 명분 아래 폐쇄회로(CC)TV나 업무 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가 노사 갈등을 빚은 사례도 있었다.

근로자 측에서도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정수당이 줄고 실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연장근로 수당 감소로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노동 확산으로 업무의 성과와 강도를 단순한 '시간' 개념으로 환산하기 어려워진 현실과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 구축과 행정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 손질과 함께 유연근무제 확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도입 등 보완 장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부처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부처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경제형벌은 완화, 노동 처벌은 강화…엇갈린 정책 신호

주목할 대목은 정부가 한편으로는 기업 활동을 옥죄던 경제형벌을 대폭 손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과도한 형사처벌을 대폭 줄이는 대신, 불공정 거래 등 중대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금전적 징벌 수위를 높이는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로 총 331개 경제형벌 규정이 정비되며, 특히 유통·하도급 분야의 과징금 상한액이 기존보다 최대 10배까지 상향한다. 이로써 지난해 9월 발표한 1차 방안(110개 과제) 포함 400개가 넘는 경제 형벌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기업과 소상공인의 법적 불확실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노동·산재 분야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난다. 이재명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작업중지권 확대, 반복 산재 기업에 대한 강력 제재 등 처벌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해 처벌 중심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25개 고용·노동 관련 법률에 포함된 처벌 조항은 357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65%는 사업주를 직접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과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동시에 현실화될 경우 기업은 "규제는 완화된다면서 노동 영역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임금·단체협약 교섭 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변수다. 조사 결과 임단협 소요 기간을 '3~4개월'로 예상한 응답이 36.4%, '5개월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도 35.7%에 달했다. 교섭 장기화는 인건비 조정과 생산 계획 수립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 개혁의 목표가 '덜 일하는 사회'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회'라면 제도 취지와 함께 현장의 수용 가능성을 정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 하나하나의 명분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동시에 작동할 때 나타나는 누적 효과"라며 "속도 조절과 단계적 시행 없이는 현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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