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쿠팡 때리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은 김범석 의장의 책임론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박대준 대표가 사임하고 새로 부임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나왔음에도 "더 높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이런 태도는 일관적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그들은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들었다. 윤석열 정권 시절 이태원 참사 때는 용산구청장과 경찰청장을 넘어 행정안전부 장관,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여러 차례 사과가 이어졌음에도 1주기 추모식에 대통령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여권의 '높은 사람 책임론'엔 예외가 생겼다. 지난 8월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점검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 지분은 100% 정부 소유다. 그들의 논리 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사과했어야 마땅했으나 사과는 없었다.
바로 다음 달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709개가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행정망 마비로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했지만 이 대통령은 예능 촬영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가 행정망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장관 경질과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었다.
사고가 났을 때 높은 사람이 현장에 가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사고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취재와 경호, 브리핑 준비 등이 우선시돼서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사고가 났을 때 '높은 사람이 처벌 받아야 한다'는 명제에는 많은 이가 동의한다.
높은 사람이 처벌 받으면 사고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선진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사고 관계자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다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재발 확률을 줄일 수 있는지를 찾는다. 아무리 높은 사람을 사과 시키고 감옥에 넣는다 한들 사고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다. 높은 사람을 앉혀 놓고 호통을 치는 저열한 정치 쇼에 열광하기보단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지는 게 먼저 아닐까.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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