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리버풀 열혈 서포터 '콥'인 동생을 따라 영국 리버풀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팀의 9시즌을 이끌며 전성기를 안겨준 클롭 감독의 고별전 경기가 있기 하루 전날, 리버풀 FC의 홈구장인 안필드 스타디움 투어를 신청해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구장 바닥 블록, 건물 외벽 곳곳에 새겨진 구단의 역대 기록은 물론 수천㎞ 떨어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응원하는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이곳을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팬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관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이른바 팬덤 경제가 분야를 막론하고 지평을 넓히는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특히나 축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영역이다. 축구 구단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를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태도에 대단히 화가 난다. 나는 축구가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확신한다"
다만 오늘날 유럽 축구계는 오일머니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의 국가 자본과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거대 자본의 격전지로 가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스포츠 구단이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할 때,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해 주목받은 한 구단이 있다. 바로 스페인의 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 CF'다. UEFA 챔피언스 리그 통산 15회 우승·라리가 36회 우승을 달성한 팀으로, FIFA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축구 클럽'에도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신간은 금융과 스포츠 비즈니스의 접점 연구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가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를 넘어 어떻게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기술·미디어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택한 미래 전략 등 구조적인 측면을 분석해 경영 인사이트를 담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부유한 구단주도 없고, 주식 발행도 할 수 없는 '회원 소유 축구 클럽' 모델을 고수해왔다. 그리고 이를 오히려 외부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경영의 무기로 삼았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단, 회원들과 공유하는 장기적 가치에 집중한 가치 기반 경영을 수행해 최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책에서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클럽 문화가 동기 부여임을 강조한다. 선수 선발부터 재정 관리에 이르기까지 경기장 안팎에서 적용되는 팀의 우승 공식은 데이터 분석보다는, 클럽 팬층의 문화와 가치에 부합하는 전략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팬 커뮤니티와 합의한 명문화된 '미션'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맨십과 조직의 이익을 우선하는 문화를 구축해왔다.
여기에 나름의 엄격한 조직 문화와 건전한 재정 상태가 경기장에서의 결과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팀에 있던 슈퍼스타 호날두가 연봉 정책을 무시하고 추가 인상을 요구하자 경영진은 그를 곧바로 방출했다. 이는 특정 개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재정 정책을 지키기 위함으로, 타팀에서 선수 개인의 연봉 인상 요구에 응한 뒤 타 선수들도 인상을 요구해 재정난에 허덕인 사례와 비교된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은 변화의 변곡점에 서있다. 경기장 내부에선 더욱 빠듯해진 일정에 선수들의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되고 있고, 외부에선 자본·에이전트의 영향이 커졌고 관련 소식을 전하는 미디어도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팬들과 시청자의 주의 집중 시간은 현저히 짧아졌다. 구단은 파편화된 시간을 선점하고자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경기장을 새단장하는 등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결국 이 모든 전략은 팀의 승리, 정확히는 경기장에서의 승리로 커뮤니티가 느끼는 자부심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경기장 안과 밖의 성과는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 존재한다. 스포츠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구단'의 경영 철학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가자(Hala), 마드리드!" 496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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