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인 대한민국 근로자 정년이 65세로 5년 연장될지 여부에 지난 한 해 동안 시선이 쏠렸지만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논의 과정의 '디테일'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법정 정년연장 입법의 키를 쥔 여당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고, 이미 늦어버린 정년연장을 마냥 더 늦출 순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올해 6.3 지방선거가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사용자는 물론이고 청년층까지 여러 당사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마치 잔뜩 엉킨 실타래 같아 난제다.
이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않은 채 '베이비부머+청년층'이라는 선거 표심을 모두 잡겠다며 졸속 입법이 이뤄지면 문제, 그렇다고 고령화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년연장을 마냥 연기하면 그것 역시 문제, 이 경우 100% 막기는 힘든 청년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지도 문제다.
◆정년연장 '속도조절' 선택지 나왔지만 각계 반응 '글쎄'
일단 먼저 나온 윤곽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3개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선풍기로 따지면 속도 1, 2, 3단 버튼을 선택지로 제시한 셈이다.
1안은 2028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36년까지 2년에 1년씩 정년을 늘리는 방안으로 고령층 소득 공백을 신속히 해소하는 게 특징이다.
2안은 2029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39년까지 10년간 정년을 늘리는데, 61·62세로는 3년에 1년씩, 63·64세로는 2년에 1년씩 늘리는 것으로 1안과 비교해 속도를 줄여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취지다.
3안은 2029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41년까지 12년 동안 3년에 1년씩 늘리는 방식으로, 속도가 가장 느리지만 그만큼 노동시장 안정성을 담보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 단계적 진행에 따라 65세가 되기 전에 정년을 맞을 사람들의 경우 퇴직 후 1~2년 간 재고용하는 안을 덧붙여 제시했다.
이 중 하나라도 선택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크고작은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년연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실질적인 소득공백 해소를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신규채용 위축을 이유로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계 목소리도 있다. 일자리가 당장 줄어들 수 있으니 당연히 반대다. 특히 AI(인공지능) 도입 등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며 이미 신규채용이 크게 감소하는 분야가 벌써부터 체감되는 가운데, 아버지 뻘 시니어 세대까지 미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를 경쟁자가 돼 버려 우려하던 '세대갈등'이 좀 더 몸집을 키우는 모습이다.
◆시니어 일자리 연장하면 경제 선순환 vs 청년 일자리가 부양 근본 대책
정년연장이 새로운 논쟁 거리는 아니다. 이미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들이 전철을 밟았기에 우리도 나름 열심히 준비해 온 숙제인데 참 어렵다. 과거 논의는 어떤 양상이었을까?
2019년 6월 11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정년연장, 고령화 해법인가 세대갈등인가'라는 제목으로 각계 입장을 다뤘다. 노인 인구가 매년 50만명 수준으로 느는 반면, 저출산 여파로 노인을 부양할 청년은 빠르게 줄고 있으니 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다는 것. 토론 제목부터 '부양'을 걱정한 것인데, 요즘은 청년층의 감정을 의식한듯 이 의미를 감추는 뉘앙스라 비교된다.
당시 정년연장 혜택을 본 은퇴자들이 노후를 잘 준비해 그만큼 부양 부담을 줄인다는 주장과 부양 부담을 진 청년들의 안정된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대비됐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소득이 증대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며 정년연장 수혜자들이 은퇴 후 쓸 소득과 연금 등이 경제에 선순환을 만들 것이라고 봤다.
반면 정영진 시사평론가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청년 일자리가 많아질 때나 정년 연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6년이 지난 현재 청년 일자리는 정년이 연장될 시니어 세대와 AI가 함께 노리는 형국이다. AI·로봇 도입과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자동화 등에 따른 산업계의 일자리 줄이기 압박이 더욱 커졌으니, 시니어 세대에 대한 정년연장 혜택은 더욱 가당치 않다는 강화된 주장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년연장은 남의 일? 평균 53세에 그만두고 비정규직도 40% 육박하는데
대기업·공무원·정규직만 정년연장의 혜택을 입고, 이에 따라 우리 사회 임금격차가 더욱 양극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시선을 모았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금개혁과 임금체계 보완이 먼저"라며 "노동개혁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논의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반대했다.
이지만 교수는 이어 6년 뒤였던 이달 5일 국회 '2026년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정년연장 입법 이전에 정년 양극화 해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사갈등보다 정년연장이 고용시장에 더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연금 수령액과 대기업 임금 차이가 고용시장 임금 양극화의 불씨가 될 것으로 봤다. 올해 통계 평균치 기준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60세에 퇴직한 근로자 A씨는 월 2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임금이 월 570만원으로 연 1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A씨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회사에 다니는 경우, 정년이 65세로 5년 연장될 시 평균임금은 약 30% 더 늘 수 있다. 이 경우 기존과 비교해 매년 4배정도 연금 수익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연금 수령액 차이와 함께 정년연장 혜택 자체가 여전히 소수에 돌아갈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지만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정년 60세까지 일하다 은퇴하는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11~17%정도다. 나머지는 평균 53세쯤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정규직은 정년연장 자체가 불가능한데, 현재 국내 임금 근로자 2천200만명 중 비정규직이 38%(850만명)을 차지한다. 즉 60세까지 버티지 못하거나 아예 비정규직인 경우 정년연장은 남의 일이 될 테니, 정년연장 적용 대상자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고용시장 체질 변화가 우선 과제일 수 있다.
◆경영계·노동계·청년층 의견 정치권 계속 경청해야
같은 세미나에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견해 차이도 좀 더 상세히 드러났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인위적·강제적 방식의 정년연장은 혜택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고용을 악화시켜 세대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며 "근속연수에 따른 연공급(대표적으로 호봉제) 형태에서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만큼, 직무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정년연장 문제는 급격한 초고령화와 숙련인력의 급속한 노동시장 퇴출, 노년층 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 과제"라며 조속한 입법 추진을 강조했고,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년연장에 따른 근로조건 조정은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노동시간 단축 또는 노동생산성을 고려해 일정한 수준의 임금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렇게 계속 나오는 얘기들을 정치권이 다시 소화해 더 좋은 법안을 내놔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제도권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청년층의 처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댓글 많은 뉴스
전한길 "목숨 걸고 尹 지킬 것…우파 유튜버 구독·좋아요 해달라"
주먹 '쾅' 책상 내리친 尹 "이리떼 같은 특검, 내가 순진했다"
한동훈 "윤리위 제명은 또 다른 계엄…장동혁이 나를 찍어내"
위기 극복 실패 한동훈 리더십…당 안팎 책임 없는 태도 비판
장동혁 "한동훈 제명, 재심 기간까지 결정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