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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창]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 그리고 좋은 일자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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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

새해가 밝았다. 희망으로 시작해야 할 새해 아침이지만, 일자리 문제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새해 덕담이 꼰대의 언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대학, 일자리, 결혼'이라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정부가 바뀌고, 일자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이 바뀐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자책과 고뇌에 빠지는 현실에서, 다시 헌법과 국가의 책무를 말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의 청년들은 노력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다.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공부했고, 더 치열한 경쟁을 견뎌냈다. 그러나 출발선은 오히려 더 뒤로 밀려 있다. 그럼에도 불안과 좌절이 일상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2025년 기준 청년 실업률은 8.2%, 비정규직 비율은 37%에 이른다. 문제는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노력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역할을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제시한다. 이 구조를 따라가면 청년 문제는 결국 국가 책무의 이행 여부로 귀결된다.

◆청년 실업률 8.2%

헌법 제10조는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청년의 불안정한 삶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행복추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헌법적 질문이다. 행복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다. 안정적인 삶의 토대, 예측 가능한 미래,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 인간 존엄 조항은 교육과 노동, 복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며, 국가에 교육 기회의 균등과 평생교육 진흥의 책무를 부여한다. 교육은 개인 선택 이전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은 청년에게 더 준비하라고 요구할 뿐, 그 준비가 어떤 일자리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한다. 교육과 노동이 단절된 사회에서 청년은 끝없는 대기 상태에 머문다. 스펙은 쌓이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실패다. 교육개혁은 입시의 미세 조정이 아니다. 독일식 듀얼 시스템처럼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로 연결하는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 근로는 개인의 의무이기 이전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다. 또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일자리는 단순한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좋은 일자리는 최대의 복지이며, 헌법적 명제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고착화되었고, 그 부담은 청년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개인의 분투만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행복추구권은 일자리에서 시작

헌법 제33조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이른바 노동3권을 보장한다. 이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다. 노동3권이 제대로 작동할 때 노사는 대립의 당사자가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가 된다. 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대화와 협력의 노사관계에서 나온다. 2026년, 노란봉투법의 보완과 안착이 중요한 이유다.

시장이 실패할 때 헌법 제34조가 작동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업안전, 고용안전망은 이 조항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인간 존엄을 조화시키는 국가의 역할이다.

헌법 제10조에서 제34조로 이어지는 흐름은 분명하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서 출발해 교육, 근로권, 노동3권, 사회보장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좋은 일자리'가 있다. 청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이며,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청년에게 훈계하기에 앞서 헌법 이행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2026년 대한민국은 청년을 훈계하는 사회가 아니라, 헌법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국가여야 한다.

교육과 노동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좋은 일자리는 행복의 인프라다. 청년의 노력은 공정한 제도 위에서만 국가의 미래가 된다. 새해의 출발점에서 우리는 "더 노력하라"가 아니라 "이 사회는 헌법에 맞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이 공정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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