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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금연욱]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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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욱 카이스트 공학석사
금연욱 카이스트 공학석사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R&D 센터, ASML의 트레이닝센터와 재제조 캠퍼스, 램리서치의 연구 인프라 확충까지, 한국이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이미 진행형이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장비사에 대한 의존성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리카도의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론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비교우위론은 각 경제 주체가 '절대적으로 더 잘하는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인 분야에 집중할 때' 전체 생산성과 혁신 속도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외국계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초미세 공정 장비를 설계·제작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축적을 갖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은 그 장비를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며, 최종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비교우위가 뚜렷하기 때문에, 외국 장비사가 한국에 투자해 협업 구조가 강화되는 것은 단순한 의존 심화가 아니라 첨단 기술 분업의 정교화이며,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더 높은 단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외부 기술의 유입이 극대화되는 드문 순간을 맞고 있다. 이는 비교우위 기반의 협업 구조 속에서, 장비 자립의 토대를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데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의존이 아니라, 한국이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장비 국산화를 통한 기술 주권 확보라는 목표는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이 시사하듯, 모든 영역을 독자적으로 완벽히 수행하려는 전략이 반드시 효율적이거나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첨단 노광 장비처럼 난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분야를 단숨에 독자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외부 기술과 긴밀히 연결되고, 그 기반 위에서 점진적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 경로다.

또한 외국 장비사의 투자는 한국 기술자들에게 최첨단 장비를 직접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술 축적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실제로는 글로벌 장비사들이 한국을 전략적 중심부로 인정하고, 연구와 생산, 교육을 한국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개방과 협력 그리고 비교우위에 기반한 전략적 분업이야말로 기술 초강국으로 도약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길이다. 외국 장비사의 유입은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반도체 기술 패권의 중심축으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두려움 속에서 놓칠 것인가, 아니면 담대하게 활용해 새로운 반도체 시대를 여는 데 쓸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장비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 협업 구조는 단순한 기술 의존을 넘어, 혁신 생태계의 강화와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동력이다. 외부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점진적 자립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한국이 반도체 기술 초강국으로 도약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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