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를 포괄하는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보호입법'에 본격 착수했다. 근로기준법에 노동자추정제를 도입하고,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규정하는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호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는 점에서 분쟁과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노동자성 판단 뒤집는 '노동자추정제'…입증 책임 사용자로 전환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노동자추정제 도입이다. 임금체불, 부당해고, 퇴직금 등 민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노무 제공자를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했고, 계약서상 도급·위탁 관계로 돼 있으면 사용자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제도가 시행되면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캐디, 방송작가 같은 특수고용 종사자와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적용을 요구하기 쉬워진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례처럼 기존 제도에서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했던 사건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정보 비대칭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노무 제공자는 근무 형태와 지휘·감독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료를 보유한 사용자에게 반증 책임을 지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이 계약서, 출퇴근 기록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다만 노동자추정제는 민사 분쟁에 한정되고, 형사 사건에서는 기존처럼 국가가 근로자성을 입증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그러나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애초 프리랜서로 계약한 인력이 계약 종료 국면에서 근로자성을 주장하며 소송에 나설 경우 사용자는 과거 계약 관계를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프리랜서 계약 특성상 사용자에게 과도한 법적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분쟁 구조 자체가 뒤집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프리랜서와 수년간 거래한 기록까지 언제든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입증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외주 활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까지 포괄…보호 확대인가 시장 혼란인가
노동자추정제와 함께 추진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은 보호 범위를 한층 넓힌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으면 모두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최대 86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법은 안전·건강권, 공정한 계약과 적정 보수, 사회보장 등 8가지 권리를 명시하고, 사용자에게 서면 계약, 부당한 계약 해지 제한, 보수 기준의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한다. 체불이나 계약 분쟁은 노동위원회 조정 대상이 된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사실상 계약·관리 책임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입법이 노동시장과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이다. 노동자추정제는 외국에서도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는 광범위한 반발 끝에 예외 업종을 늘리며 사실상 후퇴했고, 스페인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일부 배달 플랫폼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유사한 선례를 찾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플랫폼 업계와 자영업자들은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직고용에 준하는 규제가 적용되면 인건비 부담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외식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고용 라이더 모델을 시도했던 일부 기업은 지원 저조로 사업을 접었다. 노동자 보호가 오히려 일자리 감소와 수익 하락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라이더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현실에서 누가 사용자이고, 주 52시간을 어떻게 적용할지 기준이 없다"며 "결국 비용 부담만 커지고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식업 자영업자도 "플랫폼 비용 인상이 배달 수수료와 음식값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생활물가 자극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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