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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강민구] 금잠(金蠶) 시집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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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중국 진(晉)나라의 화교(和嶠)는 내로라하는 부자였지만, '돈 중독증'을 의미하는 '전벽(錢癖)'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이 따랐다. 그는 동생들이 제 집의 자두를 몇 알 먹자, 나중에 그 씨앗의 개수를 일일이 세어 값을 청구할 정도로 인색했다. 돈이 숭배의 대상이 될 때,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이야기이다.

조선의 문인 윤기(尹愭)는 '수전노(守錢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번듯한 옷과 갓은 옷걸이에서 먼지만 풀풀 쌓여가고, 손안엔 장부만 끼고 살며 빌려준 돈 계산하기 바쁘네. 곡식 비싸게 팔 생각에 늘 흉년 들게 해달라고 빌며, 누가 돈 빌려달라 할까 봐 지레 '가난하다!' 선수 치네. 남의 물건값 후려칠 때면 좋아서 입가에 웃음꽃이 피고, 돈 아까워 밥 굶으며 참으려니 가끔은 배고파 인상 쓰네. 사랑방엔 일 년 내내 점잖은 친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오직 돈 냄새 맡은 거간꾼들만 불러들여 몰래 친하구나."

수전노는 돈 쓰기가 싫어 사람 만날 일이 없으니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경전 대신 돈 장부를 끼고 산다. 그는 남들은 굶어 죽어도 나만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면 그만이라는 잔인한 욕심을 지녔으며, 남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가난한 척 연기한다. 남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는 것을 재미로 삼고, 자기 배곯는 건 참아도 제 돈 나가는 건 못 참는 비정한 인성을 지녔다.

옛날 의학서에는 금잠(金蠶)이라는 벌레에 의해 발병하는 금잠독(金蠶毒)에 관한 기록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금잠의 모양은 누에 같고, 금색이며, 날마다 촉(蜀) 지역에서 나는 비단을 4치나 먹어 치운다. 그 똥을 가져다 음식에 넣어 사람을 중독시키면, 그 사람은 곧바로 죽는다. 금잠이 만족스러운 환경에 있으면 자신을 키우는 사람에게 날마다 재물을 가져다주어 벼락부자로 만든다. 그렇지만 금잠을 다른 데로 보내 버리기는 매우 어렵고, 물이나 불이나 병장기로도 손상을 입히지 못한다. 반드시 금잠이 이루어 준 양의 곱절이 되는 금과 은, 비단 등을 마련하여 그 가운데 금잠을 둔 다음 길가에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이 재물을 거두어 가면 금잠이 그것을 따라가는데, 이것을 '금잠을 시집보낸다'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의 뱃속으로 들어가 장기(臟器)를 마구 물어뜯고 훼손한 후 시충(尸蟲)처럼 빠져나간다"라고 하였다.

돈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이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금잠에게 장기를 파먹히듯 영혼이 서서히 붕괴한다. 수전노의 방에 점잖은 친구 대신 돈 냄새를 맡은 거간꾼만 들끓는 이유는, 돈에만 가치를 두는 사람 곁에는 오직 '이익'이라는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관계만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잠'에게 장기를 파먹히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테크는 현대인의 필수 덕목이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흉년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돈독이 내 뱃속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자산 증식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돈의 가치는 그것을 쌓아둘 때가 아니라 올바로 흘려보낼 때 결정된다. 금잠을 시집보내듯, 내가 가진 부를 타인과 나누고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돈의 독성(毒性)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재물은 사람의 품격 위에서 빛날 때 비로소 '복(福)'이 되며, 인격이 결여된 채 손에 쥔 돈은 내면을 물어뜯을 '독(毒)'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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