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 맨해튼, 그 중심 센트럴 파크 주변에는 세계적인 미술관 박물관들이 밀집해 있다. 남쪽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서쪽으로 미국자연사박물관, 공원 안 케네디 오나시스 호수 아래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 동쪽 5번가에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위치한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는 한국의 백남준, 이우환, 최근에는 한국특별전이 열린 바 있다.
일찍이 1811년 수립된 뉴욕의 맨해튼 도시계획은 남북 방향 12개 애비뉴(Avenue)는 교통동선으로, 동서 방향 220개 스트리트(Street)는 보행 위주의 합리적 도로 구조이다. 신조형주의 화가 몬드리안은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주하며 1940년대의 맨해튼 격자(grid)가로망을 주제로 한 추상작품들을 발표하였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출발과 전환
1939년 맨해튼 5번가 자동차 쇼룸을 개조한 건물에서 출발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1943년 영구적인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는 당시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였다. 라이트는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 개념을 과감히 탈피하며 전례 없는 혁신적인 미술관 건축을 설계하였다. 미술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건축적 명성에 힘입어 사립 현대미술관 구겐하임은 빌바오, 베네치아, 아부다비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시로 확산하는 '미술관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창시자 '솔로몬 R. 구겐하임'의 조카 '페기 구겐하임'은 추상화가 잭슨폴록을 발굴하였고 유럽 중심의 현대미술이 뉴욕으로 옮겨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평생 소장한 작품들과 '베네치아 페기미술관'을 1979년 사망하기 전, 뉴욕의 구겐하임 재단으로 이양하며 구겐하임 영역은 더욱 확대되었다.
◆나선형 경사로, 내려가는 전시장
뉴욕구겐하임 미술관은 직선으로 규격화된 맨해튼의 도시 속에서 거꾸로 된 거대한 나선형의 파격적인 건축이다. 격자 가로망의 근대도시 질서에 벗어나는 독립주의 건축은 센트럴 파크 자연풍경과 수직도시의 경계에서 완충적 오브제이다. 수직 그리도 도시 맨해튼에서 원형 곡선 건축은 없었으며 최근의 토마스 헤드 윅이 설계한 계단조형 '베슬'을 제외하면 유사 사례가 없는 것이다.
대형 미술관 관람은 피곤한 일이다. 특히 여행 중 전시장 순례는 훌륭한 미술관 일수록 많은 인파에 긴 동선은 힘든 고역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의 전시 관람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달, 그 이후부터는 나선형 내리막 경사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내려오면서 관람하게 된다.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람 경험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무한 연속되는 전시공간에서 몸의 중력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편안함에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게 된다. 감사의 대상은 미술관 설계자 후랭크 로이드 라이트이다.
전시실–복도–계단-전시실의 이동과 단절이 없이 장편소설처럼 이어지는 전시공간의 관람이다. 시선은 전시 벽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반대편 중앙 VOID공간으로, 건너편의 전시장으로 연결이 된다. 또는 VOID 공간의 아트리움 아래 위 좌우 전체로 관람객들의 움직임들이 펼쳐지고 있는 미술관이다.
◆규범을 초월한 미술관 건축
1층 넓은 로비는 작은 무대가 있는 전시 오픈행사 이벤트 공간의 아트리움이다. 높은 VOID 공간을 올려다보면 아름다운 천창 디자인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 설계이다. 1층에서 올려다보고 7층에서 내려다보고 이동하면서도 바라보는 가운데의 VOID공간은 때로는 전시 이벤트의 다양한 실험 공간이 된다.
위에는 넓고 아래로 좁아지는 나선형 단면 변화는 층별 자연 채광의 균형적 배려이다. 과감한 천창은 빛에너지 절약의 친환경 설계이지만, 전체가 뻥 뚫린 VOID 공간에서는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완벽한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저탄소 건축에서는 창의적 작품이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 유명 건축을 바라볼 때 마다, 우리의 건축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비교하게 되며, 우리 건축법 소방법 인허가 기준으로는 염려스러운 시선이 될 수밖에 없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현상설계 초기 심사에서 탈락한 안이 회생하여 21C의 대표건축이 되었고, 파리의 재무성 청사는 세느 강변도로를 넘어 강을 침범한 법규 위반 건축이 파리가 자랑하는 건축이 되었다. 혁신적인 건축 작품은 기존 규범을 초월하며 탄생하기도 하는 건축은 남의 나라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난과 찬사의 교차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개되자, '미술관 자체가 가장 큰 전시 작품' '미술작품이 아니라 건축이 주인공'이라는 평가와 경사진 바닥, 개방된 전시실, 작품 감상에 부적합한 채광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일부 예술가들은 '미술에 대한 무시'라며 전시 참여를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과는 달리 혁신적인 건축의 구겐하임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더욱 유명해졌다.
타원형 곡선의 세련된 외형, 연속적인 전시 동선, 인간의 신체 곡선에 친화적인 유선형 공간은 '작품을 담는 건축'보다 '관람 행위를 형상화 한 미술관' 은 20세기 미술관 건축의 혁신으로 평가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선형 건축 원형을 중심으로 수차례 증축 과정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
〈유기적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는 르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근대 건축가 4인으로 꼽힌다. 그는 건물, 땅, 자연, 인간 삶이 공생하며 통합하는 '유기적 건축(有機的 建築)'이라는 철학을 구축했다.
대표작 낙수장(Falling water)은 바라보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 속에 거주하는 집으로, 20세기 최고의 주택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프레리 하우스, 로비 하우스 등 수많은 주택 작품으로 미국 주택의 원형을 제시했다. 낮은 경사지붕, 깊은 처마, 벽돌주택 유형은 한때, 한국 주거 건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라이트는 도시를 떠난 사막 초원에 두 곳의 설계 스튜디오를 지어 운영하며 제자들과 생활하며 교육에도 힘썼고, 직원의 방화 살인사건으로 비극을 겪기도 했다. 도쿄 제국호텔(1913–1923) 설계와 완성을 위해 10년간의 일본 체류는 일본 근대건축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생애 동안 1,000여 작품을 설계하고 400여 작품을 실현한 가장 왕성한 활동의 건축가로서, 당시 유럽 건축 문화를 추종하던 미국에 자생적 건축 언어와 정신적 독립을 정립한 건축가로 평가된다. 2019년 8개의 건축작품이 '20세기의 건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내란 재판 징역 23년 선고, 법정구속…"12·3계엄=내란"[영상]
李대통령 "북한 노동신문 국비 배포?…누가 이런 가짜뉴스를"
단식하는 張에 "숨지면 좋고"…김형주 전 의원 '극언' 논란
박근혜, '단식' 장동혁 만나 "목숨 건 투쟁, 국민들 알아주실 것"
李대통령 "이혜훈, '보좌관 갑질'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