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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AI 슬롭'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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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유튜브 숏츠(짧은 동영상)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콘텐츠를 본 적이 있다. 한 아기가 과자를 뺏어 먹은 대형견(大型犬) 골든 리트리버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꾸짖는 영상이다. 2세 아기와 개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콘텐츠도 있었다. 아기가 "멍멍" 하니, 개도 비슷한 소리로 대꾸한다. 친구에게 이런 영상을 봤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AI(인공지능) 영상"이라며 실실 웃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고 응수했다.

AI를 활용한 가짜 의사·약사·전문가의 영상도 많다. 허위·과장 광고나 사기에 무방비(無防備)로 노출된 셈이다. 소셜미디어에 의사가 등장해, "3개월만 먹으면 식욕은 줄고 지방이 빠진다"며 비만 치료제를 광고한다. 국내외 유명인이 등장하는 가짜 도박 사이트 광고 영상도 논란이 됐다. AI 기술은 이제 사람 눈으로 AI 영상 여부를 판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일부 제작자는 AI 영상에 달린 워터마크(watermark·식별 표시)를 없애기도 한다. '눈 감으면 코 베이는 세상'이다. 가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경계(境界)가 갈수록 흐릿하다.

지난 연말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2025년)의 단어'로 '슬롭'(slop)을 선정했다. 슬롭은 생성형 AI로 만든 저품질 콘텐츠가 온라인에 범람(汎濫)하는 현상을 상징한다. 보통 'AI 슬롭'으로 표현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슬롭 상인(slop merchants·싸구려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은 인터넷을 허접쓰레기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슬롭은 원래 '진창' '음식물 찌꺼기'에서 '헛소리' '쓰레기'란 뜻으로 바뀌다가, 요즘엔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저질 콘텐츠'를 의미한다.

최근 온라인 제작 플랫폼 '카프윙'(Kapwing)이 국가별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를 선정하고, AI 슬롭을 게시하는 채널의 조회·구독 수를 집계했다. 조사 결과, 한국 AI 슬롭 채널은 1위(조회 수 84억5천만 회)를 기록했다. 조회 수가 3위 미국(34억 회)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이 허위 정보나 가짜 뉴스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슬롭이 양산(量産)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공들인 콘텐츠보다 AI로 쉽게 만든 슬롭들이 수익성이 훨씬 높다. 여기(현실 사회)도 '짜가', 저기(온라인 세상)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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