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에도 빠짐없이 막강 실세들이 존재했다. 권위주의식 통치를 했던 군사정권 때부터 민주정부까지 대통령 권력 아래 파워 게임은 피할 수 없는 정치사의 한 단면으로 남아있다. 실세들은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업무 및 인사, 정책 등의 중요도를 판단해 어떤 사안을 언제, 어떻게 보고할 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국무위원들(각 부처 장관 등)조차 대통령과 독대하려면, 이들을 통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세들이 자칫 대통령에게 악의적 보고를 할 경우 낭패를 보는 수도 있다.
◆군사 정권 2인자들, 황태자
군사 정권의 2인자들과 황태자들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막강 권력을 휘둘렀다. 박정희 정권 때는 5.16 군사 쿠데타(혁명)의 설계자이자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김종필(JP) 전 총리가 대통령의 무한 신뢰 속에 실세 총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후 청와대 내에는 차지철 경호실장이 과도한 충성으로 2인자 자리를 꿰차려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는 사태(10·26)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장세동 국가안기부장(경호실장도 역임)이 '충복형(절대 복종) 실세'로 측근 권력을 제대로 누렸다. "각하의 안녕이 곧 국가의 안녕"이라는 역대 최고의 아부성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장 실세는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최측근으로 보좌하며, 의리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12·12 사태의 주역 '3허'(허화평·허삼수·허문도)도 정권 내내 핵심 실세로 활약했다.노태우 정권 때는 김옥숙 여사의 고종 사촌(탁구 선수 현정화의 사촌 형부)으로 '6공의 황태자'라 불렸던 박철언 정무 제1장관이 북방외교를 비롯해 내치 전반에 개입하며, 권력 내부에서도 눈총을 받을 정도였다.
◆민주 정부 "혈연과 가신 그룹"
군사 정권이 종식된 이후 민주 정부에서는 혈연과 가신 그룹들이 주요 실세로 떠올랐다. 김영삼 정부에는 차남 김현철이 '소통령'이라 불리며, 인사와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김대중 정부 역시 '홍삼'(홍일·홍업·홍걸) 형제와 동교동계 가신 그룹들이 실세로 통했다. 혈연 실세들의 국민들의 지탄 속에 영향력이 급속도로 쇠퇴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좌희정 우광재'가 핵심 참모로 국정 운영의 핵심 동력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386 세대 중 인재 둘을 측근에 두며, 미래 권력자 반열로 키워주려 한 측면도 강하다.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는 세무 공무원으로 있다 퇴직 후 '봉하대군' 행세를 하다, 결국은 국정에 큰 부담만 안겨줬다.
이명박 정부 때는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실세로 행세하며, '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일이 형을 통해야 함)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이 부의장을 다 모셨던 박영준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은 당시 '왕차관'으로 불리며, 대통령 인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문고리 권력과 'VO'(영부인)의 등장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가 춘향이를 모시는 향단이처럼, 비선 실세로 맹위를 떨쳤다. 박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스케줄은 최순실의 몫이었으며, 정무적 판단(미르재단, K-스포츠 등)에도 개입할 정도로 공사를 넘나들었을 정도다. 또다른 실세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함께 했던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비서관)으로 당시 유승민 전 의원으로부터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문재인 정부 때는 '3철'이 실세로 각광받았다. 이름 끝자에 '철'이 들어간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과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호철 민정수석이다. 이들 셋은 부산경남(PK)을 기반으로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든든한 아우이자 동지들이었다.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도 '청와대의 야전 사령관'으로 공식적인 실세로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서울대 법대 79학번과 충암파(출신 고교)들이 득세했다. 비상 계엄의 주축이 됐던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이상민 행안부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충암고 선후배 관계였다. 법조계에서는 대학시절 막역했던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을 비롯해 함께 일했던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차지하며, '검찰 편중 인사' 논란마저 일게 했다. 김건희 여사도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실세였다. 오죽했으면 'V1'(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VO'(영부인)라는 신조어를 양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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