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 만든다는데, 그럼 제가 미국 주식 팔고 국내로 돌아올까요?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테슬라나 엔비디아가 더 끌리는데요."
정부가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입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50억299만달러(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7% 늘었습니다. 지난해 10월(9조9000억원), 11월(8조6000억원)에 이어 월별 순매수 금액으로는 역대 3위 수준입니다.
지난 1월 국내 증시는 코스피 23.97%, 코스닥 24.20%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 증시는 다우존스 1.73%, S&P500 1.37%, 나스닥 0.95%에 그쳤습니다. 국내 증시가 20% 넘게 뛰었는데도 서학개미들은 미국행을 멈추지 않은 겁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귀속 해외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이 52만3709명으로 처음 5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2023년(20만7231명)보다 152.7%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들이 신고한 양도차익은 총 14조4212억원으로, 1인당 평균 약 2800만원에 달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국내 우량주를 기초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국내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규정상 국내 ETF는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으로 구성해야 하고 단일종목 비중이 30%를 넘으면 안 됩니다. 이 때문에 그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종목의 레버리지 ETF는 출시가 불가능했습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정해진 배율을 곱해 수익률을 반영하는 상품입니다. 삼성전자가 10% 오르면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는 20% 오르고, 10% 떨어지면 20% 하락하는 식입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감안해 레버리지 배율은 ±2배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해외에서는 고배율 레버리지 ETF 상품이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적인 규제로 인해 다양한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레버리지 효과 아닌 종목에 주목해야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서학개미의 니즈는 분명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2배 추종 ETF인 'TSLL'은 올해 1월 개인 순매수 3위(3억4000만달러), 팔란티어 2배 추종 ETF인 'PLTR'은 11위(1억3300만달러)를 차지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레버리지 상품 보유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9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국내 투자자들이 단순 레버리지 효과에 주목하는 것인지, 미국 종목 투자에 한해 레버리지 효과를 보고 싶은 것인지 입니다.
올해 들어 해외 레버리지 상품 순매수액은 8500억원을 넘었습니다. 해당 자금 대부분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 레버리지 상품에 몰려 있습니다. 홍콩에도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X 레버리지'와 'SK하이닉스 2X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있지만 이 중 국내 투자자 자금은 약 1400억원으로 약 7%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학개미가 해외로 간 이유가 레버리지 상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익률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서학개미들이 양도세 부담을 안고서 미국으로 간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장기 수익률 격차에 있다는 겁니다.
다만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선호도가 이미 해외 ETF 투자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상장 상품은 해외 직접투자 수요의 일부를 흡수하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변동성 확대 우려도…"리스크 관리 필수"
레버리지 ETF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단일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기 때문에 매일 기계적인 리밸런싱이 발생합니다. 종목 상승 때 추가 매수하고 하락 때 추가 매도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커집니다.
지난 2월 2일 코스피는 5.26% 급락했고 삼성전자는 6.29%, SK하이닉스는 8.69% 떨어졌습니다. 이튿날엔 코스피가 6.84% 급등하며 삼성전자는 11.37%, SK하이닉스도 9.28% 상승했습니다. 이틀간 종가 기준 등락폭은 삼성전자가 17.66%, SK하이닉스가 17.97%에 달합니다. 만약 이 종목들의 레버리지 ETF가 있었다면 ±2배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전 거래가 폭발하면서 등락폭이 더 확대했을 수 있습니다.
코스피가 고점 인식 구간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까지 허용할 경우 변동성 확대와 개인 손실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의 리스크가 높은 점을 감안해 투자자 보호 수준을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레버리지 ETF 투자에 필요한 사전교육 1시간 외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추가 심화 사전교육 1시간을 더 이수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상장 레버리지 ETF 투자자에게만 요구되는 예탁금 1000만원은 해외상장 레버리지 ETF 투자자에게도 적용됩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은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적격 기초자산의 명확한 정의와 함께 유동성공급자의 헤지 거래가 현물 및 선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레버리지 ETF 도입은 서학개미를 돌릴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투자자들이 정말 원하는 건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화려한 카드가 진짜 효과를 낼지 아니면 또 하나의 반짝 정책으로 끝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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