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나가게 해. 울고불고 해도 안 돼."
휴대전화에 남겨진 짧은 문장은 한 여성의 절박한 구조 신호였다. 그는 자유를 잃고 있었고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두 달 뒤 30대 여성 BJ는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장 의지가 되어야 할 존재인 남편의 집요한 통제와 착취, 협박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그의 죽음 이후에야 드러났다.
◇남편 강요에 성인방송·촬영…감금까지
육군 부사관 출신인 A씨는 2019년 12월 B씨와 부부가 됐다. 평범한 신혼부부에겐 불과 1년여 만에 균열이 생겼다.
A씨는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자신의 트위터(현 X) 계정에 여성의 나체 사진과 성기,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총 98차례 게시했다. "야노를 아주 좋아하는 부부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게시물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음란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당시 군은 형사 고발이나 추가 수사 의뢰 없이 같은 해 7월 강제 전역 조치만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전역 이후 A씨는 사실상 소득이 끊겼다. 이후 B씨의 수입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B씨는 2022년부터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A씨는 매니저를 자처하며 방송 일정과 연락을 관리했다. 그러나 이는 관리가 아닌 통제였다. 그는 아내에게 성인방송 출연을 시켰고 원하지 않는 촬영도 강요했다.
2023년 가을부터 A씨는 협박과 감금으로 B씨의 숨통을 조였다. 그해 10월 16일 저녁 B씨는 시흥의 한 식당 앞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방송을 마친 뒤 잠시 숨을 돌리던 자리였다. 그곳에 A씨가 나타났다. 그는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고 팔을 붙잡아 끌듯이 자택으로 데려갔다.
집에 도착해선 문을 막고 B씨가 외출하지 못하게 했다. 사실상 감금이었다.
불과 엿새 뒤인 10월 22일 또다시 감금이 이어졌다. A씨는 구글 위치추적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그를 찾아냈다. "이리 와봐"라며 팔을 잡아끌었고, 다시 자택으로 데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다음 날 새벽 B씨는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못 나가게 해", "문을 막아", "울고불고해도 안 돼"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오전에는 또 다른 지인에게 "A가", "나 감금시켜", "답답해 나가고 싶어"라는 문자를 남겼다. 오후에는 팔에 멍이 든 사진을 보내며 "하도 잡아서 멍 들었어"라고 털어놨다.
신체적 통제와 함께 정신적 압박도 끊이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방송 활동과 과거 사생활을 약점 삼아 협박을 이어갔다.
10월 24일 A씨는 B씨에게 "오늘 안에 안 들어오면 이거 실시간으로 틀고 집 나간다"는 메시지와 함께 결혼 사진 옆에 B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글이 적힌 화면을 촬영해 전송했다.
10월 30일에는 "오늘 안 오면 프사 결혼사진으로 다 바꾼다", "장인어른 만나러 가겠다", "결혼사진 걸고 방송 켠다"는 문자를 보냈다. B씨의 사생활을 가족과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위협이었다.
11월 16일에는 "유부녀", "탈세" 등의 표현을 언급하며 사회적 평판을 무너뜨리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냈다. 12월 4일에도 "니가 날 병X 취급하면 유부녀 상간녀 BJ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2023년 12월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유언장에는 "남편 감시 속에 강제로 성인방송을 했다. 별거 후에도 협박과 금전 요구가 계속돼 살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요 무혐의에 '징역 3년'…父 절망했다
법정에 선 것은 B씨의 아버지였다. 그는 "딸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A씨는 딸을 노예처럼 부렸다. 성인방송 수입으로 고급차와 명품 옷을 사고 다녔다"며 "딸이 죽고 나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직장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성인방송이나 음란물의 촬영 등을 강요했다는 범죄사실도 피고인의 혐의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기소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이 사건의 판단에 반영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뿐만 아니라 팬 혹은 다른 BJ와의 관계나 방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적용됐던 강요 혐의는 A씨 사망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었다.
B씨의 아버지는 법정 밖에서 상의를 찢고 나무에 머리를 박으며 오열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3년이 뭐냐. 이게 법이냐"는 절규가 이어졌다. 검찰은 항소하면서 "피해자를 간접적으로 살해한 것과 다름없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중형을 요청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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