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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그 질문 하시려거든 '입금'부터"… MZ 며느리의 당돌한 '잔소리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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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5만·결혼 10만·2세 30만 원"… 감정 노동 돈으로 환산하는 2030, 당황스러운 기성세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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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29) 씨는 이번 설 연휴, 고향 집에 내려가기 전 특별한 준비물을 챙겼다. 바로 '잔소리 메뉴판'이다. 메뉴판에는 '취업은 언제 하니? - 5만 원', '살 좀 빼야겠다 - 3만 원', '애인은 있니? - 10만 원' 등의 항목과 가격이 적혀 있다. 최 씨는 "매번 명절마다 반복되는 친척들의 질문 공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유머러스하게 방어하고 용돈이라도 챙기겠다는 심산"이라며 웃었다.

2026년 설, 명절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 간의 덕담이 오가야 할 자리에 '가격표'가 등장했다. 취업, 결혼, 출산 등 민감한 사생활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이른바 '잔소리 유료화'가 MZ세대의 새로운 명절 생존법으로 떠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미 '2026년형 최신 잔소리 가격표'가 공유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듯 예전보다 가격도 올랐다. "너도 이제 나이가 찼는데 결혼해야지" 같은 고강도 질문은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심지어 "둘째는 언제 낳니?"와 같은 '킬러 문항'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온라인상의 유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오프라인 상품으로까지 이어졌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등판에 QR코드가 인쇄된 티셔츠나, "잔소리는 계좌로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용돈 봉투가 설 대목을 맞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기성세대의 반응은 엇갈린다. "요즘 애들 참 당돌하고 재밌다"며 지갑을 여는 '쿨한' 어른들도 있지만, "가족끼리 걱정해서 하는 말도 돈을 내고 해야 하느냐"며 씁쓸해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50대 주부는 "조카에게 대학 졸업하고 뭐 할 거냐고 물었다가 '고모, 그 질문은 메뉴판에 5만 원이에요'라는 말을 듣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며 "농담인 줄은 알지만, 예전 같은 정(情)이 사라진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방어 기제의 진화'로 해석한다. 과거 청년들이 명절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아예 귀성을 포기하거나 방 안에 틀어박히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이제는 웃음과 금전적 보상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갈등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걱정은 현금으로 해주세요"라는 2030세대의 당당한 외침. 이번 설 연휴, 덕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잔소리 대신 두툼한 봉투를 준비하거나,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센스 있는 어른'이 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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