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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 전주대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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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막 셋 내부에서 밖을 바라다본 모습.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초막 셋 내부에서 밖을 바라다본 모습.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 작은 건축이 품은 침묵의 깊이

전주대학교 교정의 가장 조용한 언덕을 오르면, 시선이 멈추는 지점이 있다. 나무들 사이에서 녹슨 주홍빛의 조형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데, 이것이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한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이다. '숲속 초막 셋'은 김 교수가 화려함 대신 침묵을 선택해 만든, 아주 작은 규모의 기도같은 공간이다.

이 건축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뾰족하게 서 있는 지붕의 선이다. 각이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은 공격적이라기보다 조용한 긴장을 만든다. 기도하는 사람이 몸을 곧게 세울 때의 집중과 닮아 있다. 외벽을 이루는 코르텐 강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색을 띠며 단단한 녹을 입는다.

재료가 낡아가면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특성 덕분에, 이 작은 구조물은 성경 속 초막이 지닌 소박함과 일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작은 것 속에서 오히려 더 근원적인 세계가 보이는 방식이다. 멀리서 보면 바람을 타고 내려앉은 새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들 사이에 조용히 걸린 천막 같다. 날카로운 형태가 자연 속에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이유다.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한 작은 예배당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한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 전경.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안으로 들어가면 이 건축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가 한눈에 드러난다. 삼각형으로 열린 내부는 기능을 채우기보다 시선을 비워두기 위해 존재한다. 천장의 꼭짓점에서 십자가가 가볍게 매달려 있는데, 벽에 고정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징을 과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실내 사이를 잇는 얇은 선처럼 보인다. 십자가 아래로는 투명한 프레임이 놓여 있어 바깥 풍경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다.

외부는 거칠다. 코르텐 특유의 붉은 녹이 표면에 스며들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와 바람을 맞으며 생기는 이 색은 재료가 스스로 만들어낸 시간의 흔적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벽면은 노출콘크리트 위에 찍힌 목재의 결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형태다. 콘크리트라는 단단한 재료 안에 나무의 흔적이 스며 있어, 표정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외부가 직선과 강한 표면으로 긴장을 만들었다면, 내부는 목재 결의 흐름 덕분에 자연스러운 이완을 유도한다. 이 대비는 단순한 재료 사용의 차원이 아니라, 건축이 말하는 언어의 구조다. 밖에서는 스스로를 세우는 긴장감을, 안에서는 마음을 내려놓는 편안함을 경험하게 한다. 두 감정이 충돌하지 않고 조용히 균형을 이루는 방식, 바로 그 점에서 작은 건축이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드러난다.

전주대학교 교정의 언덕에 초맛 셋이 설치돼 있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전주대학교 교정의 언덕에 초맛 셋이 설치돼 있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성경구절 인용해 건축

'숲속 초막 셋'의 형식은 성경 마태복음 17장 4절의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예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베드로가 한 이 말은 서로 다른 세 존재가 한 순간을 공유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건축은 바로 이 순간을 공간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이 예배당은 세 개의 작은 집이 서로 이어진 구조를 가진다. 평면상으로는 분명히 나뉘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바라보면 경계는 흐릿하다. 독립과 연결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모호함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구성이다. 각 초막은 예수·모세·엘리야를 상징하며 각각의 방향성과 고유한 의미를 지니지만, 세 지붕은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가깝게 맞닿아 하나의 몸을 이룬다.

밤이 되면 이 건축은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야간 사진 속에서 빛은 강판 표면에 부드럽게 번지며, 종교적 상징보다 이 장소가 가진 고요한 기도를 먼저 느끼게 한다. 외부를 비추는 조명은 형태를 강조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건물이 숨을 쉬듯 존재하도록 만든다. 실내의 빛도 마찬가지다. 삼각형을 이루는 구조의 가장자리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은 공간을 밝히려고 애쓰기보다, 사람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흐름을 따라간다. 빛이 공간을 지배하기보다, 어둠이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가깝다.

파란 하늘과 하얀 눈밭, 붉은 녹이 스민 초막 셋이 강력한 색채의 대비를 이룬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파란 하늘과 하얀 눈밭, 붉은 녹이 스민 초막 셋이 강력한 색채의 대비를 이룬다. 전주 건축사협회 제공

◆ 나는 무엇을 치유하는가

이 작은 건축은 규모로는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오히려 크다. 눈앞의 형태를 넘어서, 건축이라는 활동 자체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다시 묻게 만든다. 건축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공간은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는가. 크기와 성스러움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숲속 초막 셋은 이런 질문을 억지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방식으로 조용히 답을 보여준다. 크지 않아도 충분하다. 정직한 재료와 태도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풍경을 잘라내지 않고 품어낼 수 있을 때, 건축은 비로소 사람에게 가까워진다. 이 건축이 남기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하다. 작은 공간 속에서도 마음은 충분히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건축은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공간 앞에서 자연스럽게 침묵하게 된다면, 그 건축은 이미 제 역할의 절반을 한 것이다. 숲속 초막 셋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건물의 것이 아니라, 바람과 빛,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사람의 내면이다. 작은 지붕 아래에서 건축은 다시 본질을 묻는다. 나는 무엇을 치유하고, 무엇을 회복시키는가. 그 질문이 조용히 오래 남는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전북일보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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