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의혹으로 임용이 취소됐던 박찬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딸이 불복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조계에서는 다른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이 잇달아 나온 점을 들어 선관위가 채용 비리 사태 이후 내린 시정 조치의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박 전 사무총장의 딸 박모 씨가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임용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씨는 지난 2022년 전남선관위 경력 공채에 합격해 9급으로 임용된 뒤 2024년 7급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선관위가 박씨 임용을 취소했고, 박씨는 같은 해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 감사원은 박씨가 응시한 경력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면접위원들은 평정란을 비워둔 채 서명란에 서명만 하고, 면접 결과로 결정된 응시자 6명의 순위만 사무직원에게 전달했다.
사무직원은 해당 6명을 합격으로 구분한 뒤 평정란에 임의로 평점을 대리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직원이 면접위원들에게 만 35세를 초과하는 지원자 등 정보를 적은 현황표를 사전에 배부한 사실도 감사 결과에 포함됐다.
선관위는 임용 취소 처분의 근거로 박 전 사무총장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분서에는 박 전 사무총장이 채용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으로서 인사업무 및 채용과 관련해 권한이 있고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적시했다.
박 전 사무총장이 2022년 딸의 전입 승인을 셀프 결재한 점, 원서 접수 기간이 부당하게 연장된 사정도 처분 근거로 반영됐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선관위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출된 감사 보고서만으로는 처분 사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이 사전에 지원자 나이 등을 미리 알 수 있었고, 현황표에 별도 표시가 없었던 박씨 등이 합격하는 이례적 사무처리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거짓이나 부정한 채점 또는 보고가 있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이 응시자 현황표를 실제 면접 과정에서 고려했는지, 사무직원이 임의로 작성한 평정란이 면접위원들의 평가 결과와 다른지 등이 전혀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씨가 원서를 제출한 시점이 최초 공지된 접수 기간 내였다는 점을 들어 "일정 변경이 어떻게 채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침해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부친인 박 전 사무총장이 임용 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사무직원 및 평가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해 부정행위를 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시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이례적 사무처리 행위가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임용만을 특정해 취소할 공익상 필요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정행위 의혹에 근거한 불명확한 공익상 필요가 원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 전 사무총장은 2023년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들의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자진사퇴했으며, 같은 해 10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선관위 특혜 채용 관련 임용 취소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건 세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25일 1급 간부 출신 부친을 둔 대구선관위 전 직원의 임용 취소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이어, 7월에는 선관위 상임위원 자녀가 낸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아버지가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위법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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