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달라고 할 때는 대구경북이 최고라카더니, 지역 살릴 법안 앞에서는 나 몰라라 하노?" 지난 4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 차가운 강바람을 뚫고 국회로 모여든 1천500여 명의 시도민들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을 넘어선 분노가 서려 있었다.
새벽 댓바람부터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온 이들이 바란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었다.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열어달라'는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이었다. 그러나 12일 본회의 문턱에서 멈춰 선 행정통합 특별법은 그 간절했던 상경(上京)을 '허망한 발걸음'으로 되돌려 놓았다.
소멸의 벼랑 끝에서 '행정 통합'은 대구경북이 내민 마지막 승부수였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쟁점 법안' 중 하나이거나 선거용 협상 카드에 불과했던 셈이다. '대구경북은 어차피 우리 편'이라는 오만함과 '특정지역 몰아주기'라는 내편챙기기가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본회의 처리무산은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다. 6월 지방선거 전 '통합 단체장' 선출을 통해 지역의 명운을 바꾸려 했던 골든타임을 사실상 놓쳤음을 의미한다.
뼈아픈 대목은 지역 정치권의 '이중성'이다. 우동기 전 지방시대위원장의 일갈처럼, 지역 정치인들은 통합을 외치면서도 뒤로는 차기 지방선거와 개인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다. 야당이 적극적일 리 없는 상황에서 대구시의회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내부 분열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일관한 TK 국회의원들은 이번 입법 실패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민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극명한 '차별'의 현실이다. 균형발전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서도 TK 핵심 인프라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예타 심의 결과만 봐도 그렇다. 서울 5호선 연장과 위례신사선 등 수도권 사업은 대거 통과됐고, 비수도권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부산 가덕도신공항 연계 사업만 확정됐다. 반면 지역의 숙원인 신공항 사업은 추진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국비 0원 사태'는 TK 정치력 부재의 결정판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예산 2,795억 원이 전액 미반영되는 동안 지역 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여야가 합심해 가덕도신공항을 국가 정책사업으로 끌어올린 부산·경남과 달리, 대구경북은 단일 전략조차 만들지 못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재원 조달 방식을 두고 엇박자를 내는 사이 협상력은 분산됐고, 결과는 '예산 전액 미반영'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중앙 집중화된 권력과 정보의 불균형 속에서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은 매일신문이 서울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유튜브 구독자 8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방 소외'의 벽을 깨고 '균형발전'를 위한 몸부림의 결과라는 평가다. 매일신문 서울 스튜디오는 이제 여의도 정치인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소리 높여 외친 지역 사랑의 수사가 지역 숙원 사업을 향한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공은 다시 여의도로 넘어갔다. 19일과 31일로 예정된 본회의마저 '빈손'으로 끝난다면, 단순한 입법 지연이 아니라 대구경북에 대한 노골적인 기만이다. 지역민의 인내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특별법을 외면하고 신공항 예산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대가는 6월 지방선거에서 '차디찬 민심의 심판'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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