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누구에게나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하지만 김성훈(13·가명) 군에게 집은 그런 곳이 아니다. 70년이 넘은 좁고 위험한 집은 성훈에게 따뜻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라기보다 하루하루 버텨내야 하는 공간이다. 여덟 식구가 서로 몸을 맞대고 버티는 이 낡은 집에서 성훈 남매들은 오늘도 학교에 다니고 꿈을 키운다. 비가 오면 빗물이 스며들까 걱정하고 밤이면 화장실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집이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낸다. 책상 하나 놓을 작은 공부방, 비바람을 막아줄 따뜻한 집 한 채는 이 가족에게 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이다.
◆사고로 쓰러진 가장…가정경제 풍비박산
경북 성주군 수륜면의 한 오래된 벽돌집에는 김남수(가명) 씨 가족 여덟 식구가 살고 있다. 팔순의 노모와 베트남 출신 아내, 다섯 남매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는 대가족이다.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 장녀를 비롯해 중학생 2명, 초등학생, 생후 100일 남짓 된 막내까지 집 안은 늘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둘째는 후천적 장애를 입어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아 가족의 돌봄이 필요하다.
김 씨 가족의 형편은 원래 넉넉하지 않았지만 몇 해 전 사고 이후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는 산림조합 일용근로자로 재선충 피해목 제거 작업과 벌채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 고된 일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일을 이어갔다.
그러나 작업 중 사고로 양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수술로 두 발목에 철심을 박고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몸을 쓰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은 도로변 풀베기나 간단한 일용 노동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일거리도 많지 않다. 아픈 몸 때문에 기회가 많고 돈이 되는 일은 그림의 떡이다. 사실상 가족의 주요 수입은 정부 보조금 175만원이 전부다.
아이들이 크다 보니 식비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다. 공과금 20만원, 교통비 30만원, 교육비 20만원 등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김 씨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들어가는 돈은 늘어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음이 더 아프다"며 "몸만 성했더라면 어떻게든 더 일해 아이들을 더 잘 키울 텐데…"라며 울먹였다.
◆바람 스며드는 낡은 집…아이들 공부방이 소원
김 씨 가족에게 집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까지 위협하는 공간이다. 지붕은 원래 슬레이트였지만 비가 새 지난해 성주군 도움으로 슬레이트 위에 함석지붕을 덧씌웠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벽이다. 집 뒤쪽 벽체는 이미 내려앉기 시작해 언제 무너질지 불안하다. 방바닥 낡은 장판은 뜯겨 나가 신문지와 비닐이 덧대어 있다.
2평 남짓의 방이 두 칸이라지만 가운데가 뚫려있어 사실상 한 칸에 가깝다. 이곳서 여덟 식구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집은 늘 비좁다.
여름이면 벽걸이 에어컨 한 대로 더위를 버텨야 하고 겨울에는 찬 기운이 집 안까지 스며든다.
화장실은 대문 밖에 따로 있다. 밤이 되면 아이들은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아이들은 마당에서 볼일을 보는 일이 잦다. 위생과 안전 모두 위협받는 환경이다.
셋째 성훈과 동생이 공부하는 곳은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창고보다 못한 공간이다. 그마저도 누나가 방학 때 집에 돌아오면 사용할 수 없다. 지난해 이곳 아궁이에서 불까지 났다.
그래서 성훈의 소원은 단순하다. "책상 놓고 공부할 방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환경이지만 성훈은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와 성주군 관계자에게 "맨입으로 가시면 안 된다"며 작은 초콜릿 쿠키를 하나씩 건넸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남을 먼저 챙기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넉넉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았으면"…도움 절실한 가족
김 씨에게 가장 큰 걱정은 쓰러져 가는 집이다. 노모와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한다.
"먹고사는 건 어떻게든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은 워낙 큰 돈이 들어 고치거나 새로 지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모친과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노모는 무릎이 좋지 않아 혼자 일어서기조차 힘들지만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 늘 안쓰럽다.
베트남 출신 아내는 막내를 안고 다섯 아이를 돌보느라 하루 종일 손을 놓을 틈이 없다. 친정에 가본지는 10년이 넘었다.
이 가족을 돕고 있는 성주군 관계자는 "고령의 노모와 장애 아동, 영아까지 있는 대가족이 구조적으로 위험한 노후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고, 부분 수리만으로는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워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 씨 가족의 바람이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로 현실이 된다면, 아이들에게는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할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가족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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