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에서 평일 낮 시간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아픈 기억을 지닌 시민들은 역사 밖으로 퍼져 나오는 자욱한 연기를 보며 당시의 공포를 떠올렸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화재 진압과 안전 조치가 이어진 약 3시간 동안 열차는 진천역을 무정차 통과했고 역사 출입구 4곳은 전면 통제됐다.
◆지하철 역사 자욱한 연기…시민들 '트라우마'
대구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11시 56분쯤 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지하 1층 환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환기실은 도시철도 역사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조 설비가 설치된 공간으로 약 510㎥ 규모이며, 각 역사마다 시점과 종점 방향에 각각 1개씩 총 2개가 설치돼 있다.
이날 화재는 환기실 내부에 설치된 냉각탑 절단 작업 도중 발생한 불꽃(스파크)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 내부와 승강장 온도를 조절하는 냉각탑이 고장 나 기존 장치를 철거하고 교체하는 과정에서 용접 절단 작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 당시 환기실 내부에는 냉각탑 절단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 2~3명과 공사 감독관 1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 중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내부에 연기가 급격히 확산됐고, 공사 직원이 즉시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공사는 환기실과 인접한 2번 출구를 포함해 역사 출입구 4곳을 모두 차단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안전 확보와 진화 작업에 나섰다.
불은 약 1시간 30분 만에 진압됐지만 역사 환기구를 통해 검은 연기가 외부로 퍼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커졌다. 특히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들에게 지하 공간에서 발생한 연기는 단순한 화재 이상의 공포로 다가왔다.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출입구 주변을 서성이며 상황을 확인했고, 손이나 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부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상황을 촬영하거나 가족에게 연락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A씨는 "갑자기 출입구 환기구 쪽에서 검은 연기가 소용돌이처럼 치솟았다"며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확인하거나 급하게 전화를 걸며 이동했다. 순간 예전 사고가 떠올라 모두가 놀란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번 출구 건너편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박모(25) 씨는 "살면서 본 연기 중 가장 많았다. 직접 불꽃을 본 것은 아니지만 검은 연기가 기둥처럼 올라왔고 환기구 두 곳에서 동시에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평소 잘 팔리지 않던 마스크가 이날은 계속 팔릴 정도로 시민들이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열차 운행과 역사 출입은 오후 3시 8분쯤 정상화됐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오후 반월당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진천역으로 이동했다는 장모(65) 씨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혹시 몰라 계속 통화를 하며 이동했다"며 "2003년 사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속한 진화…인명 피해 없어
이번 화재는 발생 약 1시간 30분 만인 오후 1시 22분쯤 완전히 진압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낮 12시 5분 신고 접수 후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차량 32대와 인력 85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은 "불길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공조실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최초 발화 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플라스틱 필터로 보이는 물질에 불씨가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화재 진압 이후에도 역사 지하에 남아 있던 연기를 제거하기 위한 배연 작업을 진행하느라 약 3시간 동안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고 출입을 통제했다. 열차 운행 정상화 이후에도 진천역 내부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이어져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비슷한 시간 승강기 점검을 위해 역사에 방문한 기사 B씨는 "출입구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매캐한 냄새가 심해 마스크 없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과 달서구청 등 관계기관도 피해 예방과 현장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인력 18명과 순찰차 등 장비 10대를 투입해 안전 통제와 시민 안내를 진행했고, 달서구는 진천동 일대에 상황을 전파하고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는 한편 행정안전부와 대구시 재난안전상황실에 화재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정확한 재산 피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고장으로 교체 예정이던 냉각탑에서 화재가 발생해 재산상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철거 예정 장치에서 발생한 화재로 피해액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용접 절단 작업 중 과열로 충전재가 끊어졌고 내부에 쌓여 있던 먼지로 인해 연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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