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원오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정치 공세에 휘말렸다. 지난 31일 이른바 자신이 특채한 여직원과 단둘이 2023년 3월 '칸쿤'으로 10박12일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여직원과 단둘이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을 갔다"는 식의 의혹은 정치인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정치 공세다.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초라하다. 단편적 사실만 보면 정 후보가 여직원과 단둘이 칸쿤으로 출장을 간 건 맞다. 다만 성동구청 소속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이 출장엔 성동구청에서 2명이 차출됐고 그 외 김두관 의원과 나광국 전남도의원, 이재갑 안동시의원, 배신정 송파구의원, 김민재 광명시 마을자치센터장,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 안지훈 한양여대 교수 등이 '국제참여민주주의포럼 한국연수단'으로 멕시코에서 만나 다 같이 현지 행사에 참여한 출장이었다.
이들은 2023년 3월1일~4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뒤 비행기를 타고 메리다라는 동네로 넘어가 3월6일까지 또 다른 행사에 참여했다. 여기까진 그냥 평범한 정치인이자 행정가의 일정이었지만 문제는 다음 행선지였다. 정 후보 등 10여명 연수단은 3월7일 칸쿤으로 이동해 3월9일까지 3일 간 놀았다. 연수단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물놀이도 좀 하고 놀았다"고 했다. 출장 결과 보고서엔 '국제참여민주주의포럼 한국연수단 평가 회의'란 초라한 일정 1개만 달랑 남아 있었다.
쉽게 말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 이번 행사를 평가하기 위한 담소 자리를 굳이 버스 타고 6시간 걸리는 유명 관광지 칸쿤까지 가서 열었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은 "멕시코 메리다에서 일정 종료 뒤 다음 일정인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가기 위해 경유지로 항공편이 많은 칸쿤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 티켓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니 메리다에서 오스틴을 검색하자 당시 출발일과 같은 목요일 기준으로 하루에 13편이나 나왔다. 다만 직항은 없었다. 1회 경유를 거쳐 총 5시간 정도 걸리는 선택뿐이었다.
메리다와 달리 칸쿤엔 오스틴행 직항이 있다. 2시간45분밖에 안 걸린다. 문제는 이들이 메리다에서 칸쿤까지 버스를 6시간쯤 타고 이동했다는 점이다. 버스 시간과 직항 항공 시간을 더하면 9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만약 '다른 목적'이 없었다면 메리다에서 칸쿤으로 이동한 뒤 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 5시간 정도 걸리는 1회 경유 비행기를 타는 게 6시간 버스 타고 이동한 뒤 2시간45분 걸리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것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후보의 과거 국외 출장 행적엔 불리한 정황만 가득하다. 정 후보가 2022년부터 최근까지 간 총 14회 출장 내역을 보면 2023년 3월 멕시코와 미국, 2024년 6월과 10월 일본, 지난해 8월 체코·오스트리아 등 4번을 이 여직원과 함께 갔다. 이 여직원은 2023년 멕시코와 미국 갈 때만 해도 청년정책전문관이었지만 그 이후엔 기획예산과 소속이 됐다. 청년정책전문관이면 몰라도 기획예산과로 배치된 '특채 공무원'이 일본의 초고령사회 대응 방안을 공부하려 보건의료과나 건강관리과, 어르신장애인복지과 직원과 같이 일본에 가는 것과 스마트 시티를 배우러 체코·오스트리아를 스마트도시과 직원과 가는 건 좀 다른 얘기라는 게 한 '공채 공무원'의 반응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여직원' '칸쿤'이란 자극적인 단어 뒤에 가려져 주목 받지 못한 많은 사실은 정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영어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직원이라 같이 출장을 갔다" "다음 일정 사이 시간이 좀 비기도 했고 힘든 일정을 소화해 다 같이 단합대회 좀 했다"고 해도 시비 걸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 공세에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 여당 후보와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가 "윤 대통령과 절연 안 하면 시장 출마를 하지 않겠다"던 야당 후보의 배포를 보니 서울시의 앞날이 좀 참담해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김부겸 "대구가 국힘 버려야 진짜 보수 살아나"…대구시장 출마 선언
"김부겸 버릴 만큼 대구 여유 있습니까"…힘 있는 여당 후보 선물 보따리 풀었다
"아직 기회가…" 국힘의 반전, 장동혁에 달렸다
김부겸 "지역 현안, 책임지고 완수"…대구시청에 '파란 깃발' 꽂나 (종합)
김부겸, 내일 출마선언…국회 소통관·대구 2·28공원서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