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포도가 주력 재배상품인 슭이농장 이슬기(38) 대표는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2019년 고향인 경북 상주로 귀농했다. 현재는 정보화농업인으로 우뚝 서 자신만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주변 고령농과 여성농, 소농들의 온라인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경북정보화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귀농 2년 후 자기 이름 내건 브랜드 구축
농업으로 전환한 것은 전적으로 부모님 영향이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시절 어머니가 허리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잠시 아버지 농사일(사과 택배 작업)을 거들러 왔다 귀농을 권유받았다. 당시 조선소 경기가 좋지 않던 때라 심적으로 별다른 고민과 저항은 없었다.
귀농하자 마자 그는 아버지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실무적으로 관리하며 기초를 다졌다. 상품 등록, 고객 응대, 배송 관리 등 운영 전반을 직접 경험하며 온라인 시장의 흐름과 시스템을 익혀갔다.
그러다 2021년 자신만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독립적으로 개설했다. 아버지 그늘이 아닌 '나의 브랜드'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해 책임 있는 경영을 펼쳐보고 싶어서다. 2년 간 시행착오도 겪고 여러 경험치를 쌓았기에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겠단 자신도 있었다. 실제 개인 브랜드를 열고 보니 채널 운영의 효율성과 완성도, 고객 만족도까지 높아졌다.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은 농장명에도 녹아있다. 상호가 겹칠 것을 우려해 본인 이름을 조금 변형해 만든 게 슭이농장다. 그는 "이름을 내건다는 건 소비자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믿고 살 수 있는 농산물 브랜드, 신뢰할 수 있는 젊은 농부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농장은 8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늦으면 5월)까지 농산물 수확과 저장, 판매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조로 작동되고 있다. 처음 출발은 미니사과(루비에스)와 후지사과를 기반으로 했다. 그러다 농사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어가고자 땅을 구하는 과정에서 캠벨얼리 포도를 추가했고 이후 홍로 사과와 시나노골드, 샤인머스캣까지 도입하면서 현재의 작목 구성이 완성됐다. 이렇게 그는 1년 내내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에 전달하겠다는 개인 목표를 이뤄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꾸준한 교육으로 정보화농업인 역량 갖춰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느냐다.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견디며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 제 값을 받고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때 비로소 농업은 완성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경북농업기술원 등에서 마케팅과 정보화 교육을 받으며 역량을 쌓아나갔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며 농장의 방향성을 확립했고 이후 온라인 채널을 하나씩 구축하며 능동적인 판매 구조도 만들어나갔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활용 교육 덕분에 온라인 마케팅 작업이 보다 수월해졌다. 영상 편집이나 홍보 문구 작성과 같은 작업을 AI가 효율적으로 보조해주면서 농부는 본연의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과정을 혼자 해결해야 했던 초창기와는 딴판이 세상이 된 것이다. 그때는 밭에서 일하다 틈틈이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선 피곤한 몸으로 밤 늦게까지 영상 편집과 글 작성을 했어야 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농업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한 마케팅 교육과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체감하는 변화도 남다르다. 단순한 도구로서의 AI가 아니라 농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의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그 안에 얼마나 진심과 현장 이야기를 담아내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믿는다. AI를 활용하되 농장의 철학과 생생한 경험을 녹여내는 일에 절대 소홀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년농업인 정착 돕는 멘토 역할 할 것
이슬기 씨는 "정보화 시대지만 사람, 사람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2022년부터 활동한 경북정보화농업인연합회는 자신의 농업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연합회 동료들과 소통하며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 과수원에만 갇혀있던 시야도 넓어졌다.
실제 새로운 가공품 생산부터 연중 신선 농산물 공급 체계 구축, 꾸러미 사업, 그리고 농촌 살기 체험 프로그램까지 슭이농장의 미래를 그리는 혁신 아이디어들은 모두 이 네트워크 속에서 얻은 것이다. 지금도 연합회 사무국장으로서 동료들과 나누는 생생한 정보들은 그를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들고 세상을 멀리 바라보는 눈이 되어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이 가진 정보화 능력을 이웃 농가와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주변 고령·여성·소규모 농가 29곳과 함께 경북 농특산물 쇼핑몰인 사이소의 '농식품 유통취약농가 판로확대 지원사업'에 참여, 이들의 온라인 판매를 도와주는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제 농산물 외에도 옆집 아주머니의 고사리, 뒷집 할머니의 참깨, 동네 어르신의 복숭아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 사진 촬영부터 상세페이지 제작, 프로모션 기획, 택배 포장법, 대금 정산까지 일일이 돕고 있다"며 "하나둘 주문이 들어오고 판매량이 늘어날 때면 내 일처럼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돕는 멘토 역할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농업인 관련 단체와 함께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정서적 연결 강화 등 따뜻한 농촌공동체 문화 형성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귀농을 고려하는 청년들을 향해선 "농촌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므로 막연한 환상보다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겠다는 단단한 각오, 그리고 무작정 열심히 하기보다 정확한 방향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농촌은 청년들이 그 가능성을 증명할 가장 넓은 무대가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경북농업기술원, 농업정보화 경쟁력 강화>
경북농업기술원은 농업인의 정보화 역량 강화 및 확산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정보화 교육이다. 온라인 판매, SNS 홍보 전략, 영상 콘텐츠 제작, 경영·마케팅은 물론 인공지능(AI) 활용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교육과 실무를 분리하지 않고 현장에 바로 적용해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정보화농업인 육성을 위해 도내 22개 시·군에 '정보화농업인연합회'도 조직했다. 농업인 간 정보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되고 있는 이 조직체는 온라인 유통 전략, 콘텐츠 제작 기법, 경영 우수 사례 등을 공유하며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정보화를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경영 혁신대회'도 매년 개최해 정보화 기반 경영 우수 사례의 체계적 발굴 및 현장 중심의 정보화 적용 기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김영아 경북농업기술원 미디어홍보팀장은 "농업 정보화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농업인의 자생력 확보와 경영 고도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통해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정보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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