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베트남 신을 모신 조그만 제단에서 피어오른 짙은 향초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좁은 거실의 낡은 탁자 위에는 억울하게 빼앗긴 재산을 되찾기 위해 모아둔 소송 서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누군가 쓰다 버린 가구들로 채워져 다소 어수선한 방 한편에선 중학교 1학년 다은(가명·14)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기대는 햄스터 두 마리가 케이지 안에서 쳇바퀴를 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집 같지만, 이들 가족의 삶은 혈육의 잔혹한 배신과 병마, 가난이라는 굴레에 깊게 짓눌려 있다.
◆부모 봉양 대가, 강제 정신병원 행…피붙이의 배신
가장 박지훈(가명·57) 씨의 삶은 억울함과 상처로 얼룩져 있다. 과거 홀로 2천500만원의 병원비를 감당하며 지극정성으로 부모님 병수발을 들었다. 이를 갸륵하게 여긴 부모님은 그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재산을 노린 친형제들이 지훈 씨를 두 차례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시도했다.
형제들을 피해 도망치던 중 지인에게 속아 5천300만원의 불법 대출 사기까지 당했다.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힌 그를 보름 만에 꺼내준 건 친척 조카였다. 조카는 대출금 상환을 돕고 재판 승소금 3천만원을 받아 지훈 씨의 결혼 자금을 대줬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착취였다. 조카는 도움을 빌미로 지훈 씨 명의의 펜션 운영권을 2030년까지 전세로 묶어버리는 부당 계약을 강요했다.
지훈 씨는 탁자에 흩어진 서류들을 가리키며 "13년간 조카를 위해 쉬지 않고 정미기 고치는 일을 했지만 남은 것은 7천만원의 부채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매일 거실 한편 제단 앞에서 108배를 올리며 억울함을 달래 보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심장 수술 후유증 뇌경색…편마비 안고 나섰던 식당일
베트남 출신인 아내 윤정(가명·37) 씨의 삶도 고단하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 판막에 구멍이 있었던 그는 2021년 서울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혈전이 뇌로 흘러 뇌경색이 발병했다. 왼쪽 몸에 편마비가 와 팔다리의 감각을 잃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탓에 혈전제를 먹으며 버티고 있다.
허리디스크와 당뇨를 앓는 남편이 실직하자 윤정 씨는 마비된 팔을 이끌고 식당 업무 보조로 나서며 가족 생계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예민한 사춘기 딸이 엇나가며 허위 폭행 신고에 휘말리는 등 방황하자 결국 아이를 돌보기 위해 최근 식당 일을 그만두고 실업급여에 기대고 있다. 출퇴근길 현관 앞 제단에 향초를 피우고 무사히 하루를 넘기길 비는 것이 그의 유일한 의식이다. 지훈 씨는 최근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용직으로 땀을 흘리지만 불경기 탓에 일자리가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햄스터에 기대는 14살 딸…"거실이 넓고 좋은 가구가 있는 집에 살고파"
부부의 가장 큰 아픔은 감수성이 예민한 14살 딸 다은이다. 선천적으로 엄마의 약한 심장을 물려받은 다은이는 며칠째 가슴에 부정맥 검사를 위한 심전도 기기를 달고 지낸다. 과거 부모가 생업에 쫓겨 자신을 챙기지 못했을 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는 또래 관계에 주눅이 들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다.
불안한 다은이가 마음을 여는 유일한 대상은 케이지 안의 햄스터 두 마리다. 지진 피해가 컸던 포항 흥해읍의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낡은 빌라에서 아이는 "햄스터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게, 거실이 넓고 좋은 가구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그 소박한 바람조차 들어줄 수 없는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가족을 속인 사람들과 끝까지 법으로 싸워 당당하게 권리를 되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는 아내의 수술을 제일 먼저 해주고 싶습니다." 부부의 붉어진 눈시울은 거실 탁자 위 소송 서류 너머, 향초 연기가 피어오르는 제단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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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암 재발 생활고 겪는 이미소 씨에 2,489만원 전달
10여년 전 유학을 위해 온 한국에서 아버지의 빚 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뒤 결혼 후 안정적 미래를 꿈꿨지만 암 재발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미소 씨(매일신문 4월 7일 13면 보도)에게 2천489만3천53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한미병원(신홍관) 5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변정기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정준 2만원 ▷신종욱 2만원 ▷강지원 1만원 ▷배상영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장윤 4천원 ▷'살자모두행복건강재물'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이은 질병에 생활고 조희진 씨에 3,948만원 성금
암과 뇌종양 등 지속되는 질병과 생활고에도 두 아들을 생각하며 힘든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조희진 씨(매일신문 4월 14일 12면)에게 47개 단체, 328명의 독자가 3천948만9천29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광훈건설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송곡문화장학재단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경인문화사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무한기술(윤종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솔약국(최성화)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모나코올리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김용근(국제정밀)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창산업(강석원)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문산철학관(성병찬)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정수엔텍(정용석)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재영 300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박수잔 각 100만원 ▷성현탁 70만원 ▷김진숙 50만원 ▷김미숙 김성아 박초현 이신덕 최윤경 최정옥 각 30만원 ▷박지훈 박철기 신성숙 윤정진 이재일 이정윤 허금주 각 20만원 ▷강보운 곽용 권일 김기태 김성수 김순향 김우정 김은주 박은자 박인숙 박지욱 백민정 송림온 안광호 윤만호 윤인숙 윤태현 이복민 이순경 이승섭 이은화 이지아 이혜연 이효정 조득환 조미선 조미순 조한용 주계영 최승아 최윤희 최창규 한진헌 허소영 황종석 각 10만원 ▷이동욱 9만원 ▷강주호 강호연 권영희 권정현 김기욱 김영수 김영숙 김예나 김정아 김정일 김준후 김호근 문안오 박경희 박성현 박연경 박영국 박영미 박영조 박정혜 박정희 방경희 백미화 서주연 서준교 손옥선 신지수 신한철 신혜련 안대용 안은숙 양승재 양현희 온현숙 유명희 윤영채 윤혜나 이경숙 이동준 이명수 이재민 이재열 이정미 이정은 이정훈 이종하 이지영 이창석 이창영 인병로 전우식 정경애 정수영 정종현 조유미 조정진 조철래 최상수 최수안 최수진 최영익 최영철 최옥기 최정은 최정은 한진선 한희진 홍순길 황윤영 각 5만원 ▷방순옥 4만원 ▷김진모 3만3천원 ▷김경숙 김민희 김우진 김은정 김태욱 김형채 남진주 남현숙 노지연 류석암 박서영 배민정 배상영 변현택 서은준 신승교 우영아 유영주 유준동 이경희 이나영 이동순 이은경 이은선 이중효 이진욱 이형곤 장충길 전정숙 정상천 정서현 정호인 조귀옥 채준석 천원기 최영봉 최윤영 최윤형 각 3만원 ▷강미옥 강병호 강지은 권오영 기정숙 김광용 김선정 김우진 김윤경 김진원 김택산 류휘열 문진혜 민이수 민지호 박경순 박준영 설은주 송영민 심윤미 양선자 여환주 오경옥 유영숙 유지현 윤영이 이미순 이옥필 이재우 이해수 이혜영 정남연 정창 최금남 현영옥 황태윤 각 2만원 ▷최은서 최정원 각 1만5천원 ▷강수정 고은주 구본민 권두영 권영희 김경민 김권희 김균섭 김다영 김대근 김민경 김민준 김석환 김선영 김성진 김순희 김주현 김진만 김태천 김한나 노광훈 란주 류현영 박경아 박동규 박상하 박영수 박인배 박정석 박지혜 박태용 박형관 박홍선 백경자 변희광 석미혜 성우용 손동희 오수아 오승준 오용진 우철규 원주은 유귀녀 윤예정 이강원 이경해 이광천 이선주 이승호 이영수 이운대 이장윤 이춘옥 이태기 이하연 이화경 임은정 전선수 정서원 정영선 정흔주 조영식 조희수 차경수 차수환 청명 최경철 최승연 최은수 최인숙 한상철 한지혜 허영재 홍성미 황문섭 각 1만원 ▷문민성 6천원 ▷김은희 박보란 신혜진 은환 이숙희 조용인 최진일 각 5천원 ▷편도은 2천원 ▷최연준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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